@ 성공회 대성당
소식지 제60호 2004년 2월 6일


농성85일째 소식


농성 85일째를 맞아 그동안 성공회에서 벌어졌던 농성투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은 향후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날 오전에는 긴 시간동안 각기 다른장소에서 농성투쟁을 해 왔던 성공회 농성단을 비롯한 남양주, 기독교백주년기념관, 기독교연합회관 농성투쟁단의 합동 해단식 및 제2투쟁 선포식행사를 공동을 가졌습니다.

외노공대위 성공회 농성투쟁단은 오후 3시 해단식을 갖고, 성공회 김성수주교님에게 그동안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감사패를 증정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또한 85일간의 농성투쟁기간 동안 거의 매일 붕어빵을 제공해주신 조옥환님의 붕어빵가게에 ‘사랑의 붕어빵’이라고 씌어진 명패를 감사의 마음과 함께 전달했습니다.

그동안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을 지지 및 후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농성단 투쟁경과보고

후원해주신 분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 뚜라(외노공대위 성공회대성당농성단 이주노동자 대표)

한국 정부의 강제추방 정책에 대한 반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해 농성투쟁을 벌였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싸워왔던 이주노동자들과 지원단체들은 이번 투쟁이 어렵고, 힘든 싸움일 수밖에 없고 우리들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옳지 않은 정책에 무조건 따라갈 수도 없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도 없어서 이주노동자와 지원단체들은 온 힘을 다해 싸우기로 결심하고, 11월 15일부터 농성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노동자는 노동만 하고 사업주가 주는 대로 받아 먹고사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는 자기가 일한 만큼 임금과 권리를 제대로 받아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밑바닥의 일을 하면서도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했고 노동자가 인간적인 대우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것과 이런 권리를 받지 못하고 있을 때 스스로 요구하고 싸우고 얻어내야 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자기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한국의 노동생활은 본인 혼자만이 아니라 고향에 있는 많은 가족들의 인생까지 달려 있습니다. 두렵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거나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나가는 등의 고통과 어려운 일들을 참고 또 참고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숫자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농성투쟁을 했습니다. 농성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했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많은 이주노동자가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를 지원하고 있는 단체들도 이번 싸움을 위해서 어려운 여건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결정에 따라 농성투쟁을 진행해야한다는 것이 이번싸움을 가장 힘들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싸움은 이주노동자들만의 싸움도 아니고 지원단체들만의 싸움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싸움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지원단체들은 최선을 다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성투쟁을 함께한 동지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싸움에 우리가 만족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지만 다음싸움에는 우리 동지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다시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가자

– 최의팔(외노공대위 성공회농성단 대표)

2003년 11월 14일부터 2004년 2월 6일까지 총 85일,
우리는 해를 넘기면서 장기간 동안 성공회 성당 마당에 천막을 치고 “강제추방반대, 미등록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내걸고 농성하였다. 매섭게 추운 겨울에 따뜻한 물도 없는 악조건 하에서 우리가 천막농성을 하면서 투쟁한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차별 없이 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권리회복이다. “강제추방 반대한다.” “노동권리 보장하라.”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투쟁목표가 다 이루어진 것은 아니더라고 하더라도 정부에서 모든 미등록노동자가 자진 출국할 경우 재입국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약속을 믿고 이제 제 2의 투쟁을 약속하면서 해산을 하고자 한다.
이번 농성기간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주노동자들의 헌신적인 자기 희생정신을 재확인하였다.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하루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신분 안정을 위해 숨어 지내는 동안에 이곳 농성참여자들은 표적 단속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각오하고 농성장에 모였으며, 또한 시위와 집회에 참석하였다. 이미 ‘외국인력 고용에 관한 법’이 제정 공포되어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우리의 투쟁목표가 달성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농성을 시작하였고,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출국할 수 없는 각 개인의 제한된 상황으로 본인들에게는 커다란 혜택을 주지 못하는 약속만 받고서도 다른 이주노동자 동지들을 위해 농성을 해산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주노동자의 절박한 상황에서 이번 장기간의 농성이 가능하였지만, 그 뒤에는 각 지원단체 실무자 동지들의 헌신적인 투쟁과 노력이 있었다. 할머니가 숨을 거둘 때까지 제대로 병원방문도 하지 못한 동지, 자녀를 시골 부모에게 맡기고 며칠씩 잠을 못 자면서 뒷바라지한 동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외국으로 투쟁을 하러 간 동지 등등. 이러한 실무자 동지들을 힘 솟아나게 한 것은 끊임없이 방문하고 격려한 여러 종교 및 시민 단체들과 그리고 후원자 여러분이었다. 장기간의 농성에 많은 불편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리에게 격려를 해준 성공회 성당, 교무국과 수녀원, 매일 우리에게 뜨거운 붕어빵을 제공해준 조옥환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식사를 제공해준 성공회 희망터, 원불교 봉공회, 한국기독교장로회여신도회 등의 정성에 따뜻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장기간의 농성으로 인해 감기 등 많은 질환이 발생했는데, 치료를 담당해준 선한 이웃클리닉, 정동 아가페클리닉, 적십자 등에도 고마움을 전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등 교회들이 정부에 우리의 주장을 반영토록 노력한 것에도 특별한 인사를 전한다.
농성을 통해 작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그러나 완전히 승리한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투쟁을 멈출 수는 없다. 비록 농성장을 정리하더라도 보다나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의 농성장에서 조직된 ‘스톱 크랙다운’ 밴드가 만든 “We love Korea”를 계속 불러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가자.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노동자 쓰러지지 않아

밟히고 또 밟혀도 다시 일어나

누가 뭐래도 우리는 노동자

작업복에도 아름다운 일꾼

피땀 흘리면서 당당하게 살아간

세상을 바꾸는 한국을 만드는 노동자”


성명서-외국인이주노동자 중국동포의 농성은 새로운 투쟁으로 계속될 것이다.

84일간의 기나긴 농성투쟁을 지나 이제 미등록 외국인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은 농성단을 해산하려 한다. 처음에 목표로 세웠던 ?강제추방반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재외동포법 개정 등의 요구가 완전히 달성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농성투쟁은 정부의 자진출국자 재입국보장, 재외동포법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 등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의 상황을 변화하도록 견인해왔고, 이제부터는 고용허가제 법안 개정운동,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 산업연수제 폐지 등 좀더 장기적인 운동이 필요한 시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서 한국인이 꺼리는 일을 묵묵히 담당해왔다. 산업연수제도, 불평등한 재외동포법, 비리로 얼룩진 출입국제도 등의 불합리한 법제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 불법체류를 선택해야 했던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은 마치 한국의 6,70년대의 노동자의 삶이 그랬듯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잘못된 제도를 이용한 폭력과 편견, 차별을 감수하여왔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4년 이상 된 10만여 명의 미등록 노동자를 추방하려 했다. 도저히 지금 이대로는 나갈 수 없는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꽁꽁 방문을 잠근 채 숨어 지내야 했고, 또 일부는 이에 저항하여 농성을 시작하였다. 강제추방정책이 계속되는 동안 수많은 외국인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가 죽어갔다. 전동차에 뛰어들어 죽고, 목을 매서 죽고, 술만 마시다가 죽고, 차디찬 길바닥에서 얼어 죽었다. 지금도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 속에서 한국의 양심은 추락하고 정부의 추방정책은 몰락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 많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들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특히 한국교회는 지난 1월 13일 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정부정책을 바꾸어줄 것을 요청하였고, 종교단체와 함께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차원에서 이주노동자 및 중국동포 지원단체 대표들은 정부 측과 현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를 하였다. 그 후 한국정부는 2월말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자진출국할 경우 8월부터 시행되는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재입국을 보장한다고 발표하였다.
아직 정부에서 재입국절차 등에 대해 세부조치가 발표되지 않아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진출국할 수 있도록 정부는 조속한 시일에 후속조치를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 이제 우리는 농성을 해산하면서 제2의 투쟁을 선포한다. 계속해서 우리는 강제추방정책으로 빚어지는 비인간적 단속을 저지하면서 외국인이주노동자가 확실한 재입국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동포차별의 근거가 되었던 재외동포법의 평등 개정으로 동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상황에서 불법체류자의 굴레를 벗겨주는 것이 순리이고, 합당한 조치로 보고 이것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이는 그동안 싸늘하게 식어만 가던 200만 중국동포의 마음을 되돌리고 민족 화합을 달성하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들은 한국교회,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부가 불법체류 중국동포에 대해 사면 조치를 취하도록 청원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확실하게 약속을 지키도록 한국교회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껴안고 감시하러 나서겠다는 약속을 환영한다. 또한 그동안 우리를 지원하고 격려하였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기관과 함께 새로운 투쟁을 전개할 것을 천명하며 농성단은 아래와 같은 우리의 요구와 결의를 밝힌다.

1. 정부는 외국인이주노동자에 대한 확실한 입국보장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2. 정부는 재외동포법의 개정에 발맞추어 중국동포에 대해서 불법체류 사면과 자유왕래를 조치를 취해야 한다.

3. 우리는 외국인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교회와 더불어 정부와의 교섭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투쟁하며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2004. 2. 6

강제추방저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외노공대위 농성투쟁단 / 남양주 농성투쟁단 재외동포법개정과 불법체류사면을 위한 기독교백주년기념관 농성투쟁단 강제추방반대 및 재외동포법개정촉구를 위한 기독교연합회관 농성투쟁단

강제추방 결사반대한다 !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

“강제추방반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외노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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