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의료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이다!!!
– 2.22 의사집회에 부쳐 –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월22일 여의도에서 전국집회를 열기로 하였다. 의협은 언론매체를 통해서 이번 집회를 통해 의료사회주의를 분쇄하고 의료민주화를 쟁취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의협의 이러한 주장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마치 현재의 전국민 건강보험 체제가 국민건강을 망치는 제일의 원인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건강보험체제를 해체하고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보장제도로서 건강보험이 더욱 강화되고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간에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질병을 경험한다. 그런데 만약 그 질병이 폐암 혹은 백혈병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정도의 질병이면 우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질병의 심각성과 함께 치료를 위해서 필요한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환자의 완쾌를 보장할 수 없고, 더욱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비급여 항목까지 포함한다면 의료비 중 본인이 부담해야 할 액수만도 수천만원에 이르기 십상이다.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 정도 액수의 의료비는 부담하기 힘겨운 액수임에 틀림이 없다. 이 엄청난 의료비로 인해 하루아침에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은 경제적인 파산상태에 이를 정도이다.
국민들이 아플 때 의료비 때문에 마음놓고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이 기막힌 현실이 바로 우리의 현주소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의협은 건강보험을 해체하고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자고 외치고 있다. 마치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면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혜택을 볼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면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은 자신의 건강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의협은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야하는 이유가 의사의 진료에 대한 자율성 회복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의협의 주장대로 건강보험체계가 붕괴되고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더라도 대다수의 평범한 의사들에게는 결코 이익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의사들 사이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전문성과 자율성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근거없는 의료사회주의라는 색깔론 공세를 통해 오히려 보장성이 보다 강화되어야 할 건강보험 제도를 붕괴시키려는 시도는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이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의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 속에서는 결코 국민의 건강권은 지켜질 수 없다.
우리는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고령화 사회를 맞게 될 머지 않은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자는 정부내 경제부처의 주장과 건강보험의 틀을 해체하자는 의협의 주장에 우리는 단연코 반대한다. 또한 현재의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려는 주장은 국민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민과 의료인의 신뢰관계 구축에 역행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2004. 2. 20.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