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류재순 노동자 자살 관련 성명서

현대중공업은 산재은폐와
부당노동행위, 폭압적 노무관리를 즉각 중단하라!

지난 3월 9일 낮 12시 30분경 현대중공업 대조립부 가공과에서 일하던 류재순 노동자(55세)가 대형사다리에 목을 매 자살하였다. 얼마 전 2월 14일 산재재요양 중이던 현대중공업 유석상 노동자의 자살에 이어 발생한 류재순 노동자의 자살은 자신의 일하던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더구나 류재순 노동자는 회사경비들에 의해 유서와 자료를 빼앗길 것을 우려 해 동료와 딸에게 A4 용지 30매 분량의 유서와 자료를 똑같이 남겼으며 “현대중공업에서 산업재해은폐시켜 노, 노 갈등 만들어 한 늙은 노동자가 목매달게 된 실상을 낱낱이 시민단체와 언론에 공개해 주기를 부탁한다”는 글을 남겼다.

무엇이 정년퇴직을 2년 남긴 늙은 노동자를 스스로 자살하게 했는가?
눈물로 써 내려갔을 고인의 유서에는 작년 10월 8일 동료와 작업상의 이유로 싸운 이후 심하게 다친 상태에서 1시간가량 방치된 사실로부터 중간관리자들 입장 고려해서 산재를 하지 않고 개인 신병휴직을 했다가 복귀한 이후 복직과정에서 회사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와 이런 사실을 부서장에게 특별면담을 신청하여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으나 그마저 중간관리자들에 의해 차단되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었던 상황이 자세히 쓰여져 있다.
또한 고인의 유서를 통해 중간관리자에 의한 산재은폐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중간 관리자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어떠한 부당대우를 당하는지, 진급을 둘러싼 중간관리자들의 태도와 횡포는 어떠한지, 팀장 – 차장 – 과장 – 부장으로 이어지는 현대중공업의 노무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딸에게 남기는 유서를 통해 “○○○이라는 이름이 밖으로 세어나가 회사에까지 알게 되면 또 한 사람이 죽게 되니 꼭 명심해 일처리 잘 해주길 바란다. ○○○과의 대화는 비밀리에 해야 됨” 등의 유언을 남겨 이미 악명 높은 현대중공업의 탄압이 불러올지 모를 비극을 경고했다.
고인의 유서를 통해 밝히고자 했던 것은 바로 현대중공업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산재은폐 실상과 인권마저 유린되는 처참한 현실, 관리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왕따시키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드는 현대중공업의 폭압적인 노무관리 실상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산재은폐와 부당노동행위, 폭압적 노무관리를 즉각 중단하라!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320여명의 노동자가 죽고 1700여명의 노동자가 산재를 당했던 사업장이다. 매년마다 10여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업장이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다치고 병이 들어도 제대로 산재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근골격계 요양 신청 과정에서 사업주 날인 거부 사례가 빈번하고 사고로 다친 노동자들에 대해 목격자 진술을 써주면 회사로부터 당해야 하는 불이익과 시달림 때문에 목격자 진술을 받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 산재를 신청했던 노동자들이 현장 복귀 후 왕따나 잔업을 통제 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관리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왕따, 잔업통제, 사무실대기, 진급에서 누락, 개별면담 등 폭압적인 노무관리를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고)류재순 노동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부당한 현실을 통해 이런 사실을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더 이상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게 지금 당장 산재은폐, 부당노동행위, 폭압적 노무관리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류재순 노동자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더 나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 몬 현대중공업의 산재은폐와 폭압적인 노무관리와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확보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2004년 3월 15일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남구비정규직지원센터,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회당 울산시위원회, 삼성일반노조, 새시대 노동자, 울산노동자신문, 울산노동자의 힘,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지역해고자협의회, 전국노동자회 울산시위원회,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한마음 산재, 직업병 상담실, 삼성SDI 김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