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 현장실습 저임금 인력공급 통로”

전교조, 설문결과 발표 “파행운영 현장실습 폐지” 촉구

송은정

실업계고 3학년 학생들이 사실상 조기취업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등 현장실습 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는 24일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전국 10개 지역 실업계 고등학생 755명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실업고 현장실습이 현장적응력 신장 및 다양한 직업체험이라는 본래 취지를 잃고 업체에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는 차원으로 퇴색, 실습이 아닌 조기취업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노동부 고시에 근거한 현장실습 표준협약에 의거, 현장실습 학생들은 월 1회 이상 학교에 출석해 직업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돼있으나 응답자중 43%는 아예 등교하지 않았다. 절반 정도의 학생들은 여름방학 때부터 현장실습을 시작, 1∼2번 시험 본 것으로 3학년 성적을 처리하는 등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채 조기취업 형태로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36%가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35%가 월 60만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실업계 고등학생의 현장실습이 값싼 인력을 공급하는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상당수의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근로조건에 대한 충분한 통지를 받지 못했으며 성희롱 예방교육과 노동권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훈련촉진법 시행령에 의하면 산업체 선정기준은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업체로 돼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학생도 9%에 달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와 참여연대는 △실업고 현장실습 폐지 △교육부는 조기취업 강력규제 △취업을 위한 구직활동은 졸업 전 3개월전부터 실시할 것 등을 주장했으며, 앞으로 실업고 현장실습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03-04-25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