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5/13
ILO “직장내 차별 갈수록 교묘”
에이즈땐 임금삭감 등 다양한 유형 발생
남녀간 임금 격차 한국.일본 가장 심해
직장내의 차별이 여전히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으며 차별의 양상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국제노동기구가 12일 밝혔다.
노동기구는 이날 발표한 ‘직장내 평등을 실현할 때’라는 보고서에서 “노골적인 차별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많은 부분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차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들의 경우 채용 전에 미리 검사를 실시해 취업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에이즈에 걸리면 직급을 강등하고 임금을 삭감하는가 하면 건강보험 지급을 거부하는 등 에이즈 보균자들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은 가장 일반적인 직장내 차별”이라며 여성들은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없게 만드는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1970년대 이후 남녀간 임금 격차는 꾸준히 좁혀졌지만 95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여성 평균 임금은 여전히 남성보다 낮았고,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격차가 가장 심했다고 밝혔다.
종교적 복장을 입는 것을 경멸한다든가 종교 휴일에 근무를 강요하는 등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는 사례도 최근 10년 사이 크게 늘었고, 장애인들에게 취업과 교육 등을 거부하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직장내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현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의 평화와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률만으로는 부족하며 편견 없는 교육과 훈련, 직장내 차별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