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봉제공장 30년 전과 달라졌나
골방이 지하실로…장시간 노동은 여전
‘참터’ 300개 업체 조사…응답자 69% “14시간 이상 노동”
전태일 열사가 1970년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태조사 결과와 2003년 종로구 창신동 일대 봉제의류 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참여성노동터(참터·대표 전순옥)가 창신동 일대 300개 봉제의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와 사업주를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은 여전히 하루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33년의 세월을 무색케 했다.
참터는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박사가 영국 유학에서 돌아와 열사 정신을 계승, 봉제의류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활동하겠다며 만든 단체다.
실태조사는 5명의 참터 상근활동가와 연구원들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 1대1 면접조사 형태로 진행됐다. 사실 이들 4인 이하 영세사업장들은 그동안 가내수공업이라는 이유 등으로 공식통계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전 대표는 “이들이 점심시간도 따로 없이 장시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할 시간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면서 “골방 작업장이 지하실로 옮긴 것을 빼면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69%가 하루 14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8%는 평균연령 35∼40세로, 10년 이상 이 업종에 근무한 노동자가 72%에 달해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을 당시부터 이 일을 해온 노동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대상 사업장의 88%가 하청공장으로 하청구조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업주조차 하청노동자 신분에 불과했으며 인력부족으로 인해 피고용인들과 똑같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71%가 월평균 수입 100∼150만원에 불과했다. 사업주 입장에서 봐도 70년대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다음달 3일 공식 창립대회를 갖는 참터는 앞으로 여성상담 활동을 벌이는 한편, 전태일 열사의 꿈이기도 했던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모범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3.05.28 09:5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