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4사 노조 쟁의찬반투표 돌입
대정부 교섭 성사여부 관건
‘1인 승무 철회’ 등 정원확대 관련 정부 대화 불가피

궤도연대 소속 서울도시철도노조와 대구, 인천, 부산지하철노조가 2일부터 사흘간 안전운행 관련 요구안을 놓고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이어 이들 4사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후 최종찬 건교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공동요구안을 설명하면서 대정부 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궤도연대 김재길 집행위원장과 4사 교섭위원들은 지난달 29일 노동부 관계자들과 만나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 노조의 공동요구안은 △안전인력 확보 △외주용역 철회 △1인승무 철회 △대정부 교섭이다. 특히 이들 노조가 대정부 교섭을 요구하는 데는 1인승무 철회 등 주요 요구안이 인력충원과 연관된 문제인 만큼 정원확대의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와 직접교섭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정부 교섭 성사여부가 이후 각 지자체와의 교섭은 물론, 사태해결의 핵심 변수인 셈이다.

이와 관련, 철도나 화물연대 등 선례를 볼 때 현 정부가 노동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긴 하지만 대응 속도나 시기 면에서 다소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감안할 추이가 주목된다. 궤도연대 김재길 집행위원장은 “노동부나 건교부 등에서 면담요청을 받아주는 등 대화 의지는 보이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투쟁 배경= 업종 특성상 이전부터 ‘1인 승무’ 등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해당 노조들의 상급단체가 다른 현실적 조건 탓에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한국노총 도시철도연맹 소속 3사 노조에 민주노총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서 연대 논의가 본격화 됐고 행동 단계에 이른 것이다. 철도노조, 서울, 인천지하철, 서울도시철도노조가 지난해 ‘수도권 전철 연장운행’에 공동대응했던 경험도 한 몫 했다.

특히 지하철 노동자들의 도덕성 논란까지 불렀던 대구지하철 참사는 지하철 안전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이들 노조의 공동행동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노조는 지하철 안전과 관련해 인력확충이 선결과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인력확충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와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행동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것.

최근 궤도연대가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1.7%가 지하철노조가 시민안전 문제를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답해 이들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교섭현황= 4사 노조는 인력충원과 관련해선 모두 “사측이 실질적 권한이 없어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져 교섭이 중단됐던 서울도시철도노조는 교섭진행을 위해 이 문제와는 별개로 3일 4차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시철도노조는 2인승무 전환 등 안전인력 확충을 위해 2,700여명의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데 비해, 공사쪽은 ‘인력충원 불가’를 고수하고 있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지난달 29일 9차 교섭에서 사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교섭중단을 선언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안전운행 공동요구안과 별도로 94, 98년도 해고자 4명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어, 지난 4월 철도청의 해고자 복직 합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인천지하철노조도 지난달 26일 3차 교섭에서 “공사가 주요쟁점 논의를 지연시키려고 해 협상에 소득이 없다”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친 뒤 교섭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지하철노조는 정원대비 부족인력을 포함해 389명의 인력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지하철노조는 지난해 단협 유효기간이 만료된 채 현재까지 10차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지하철노조는 사고책임에 따른 ‘무능간부 퇴진’ 요구가 또 다른 노사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구지하철노조는 정원대비 부족인력을 포함, 700여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전망= 김재길 집행위원장은 “단위노조 현안은 사업장별로 해결하고, 공동요구안은 공동투쟁을 통해 해결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9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투쟁 수위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과 건교부 장관 면담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산지하철노조를 제외한 3사 노조가 쟁의찬반투표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상급단체 변경투표 결과도 주목된다. 가결될 경우 투쟁결의를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사 노조는 10일부터 쟁의복을 착용하고 근무하며 11∼14일까지 4개 노조가 돌아가며 조합원 결의대회를 갖는다.

한편 궤도연대 소속 서울지하철노조와 철도노조도 4사 노조 투쟁에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임금 총액대비 8.8% 인상안을 확정했으나 사측은 행자부 지침(5%) 준수를 고수하고 있어 교섭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철도노조도 철도개혁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하반기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3.06.03 12: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