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치료받을 권리 빼앗지 말라

– 경제5단체 건의 대폭 수용한 규제개혁위원회 결정 대통령이 바로잡아야

1. 근골격계 질환이 최근 4년새 961%나 늘어나는 등 급격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규제개혁위원회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노동자의 치료를 제한하는 결정을 한 것은 거꾸로 가는 산재직업병 대책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규제개혁위원회는 18일 노동자의 뼈마디, 근육 하나 하나를 만신창이 골병환자로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치료해주기 싫다는 재계의 이른바 ‘산재환자 치료제한 요구’를 대폭 수용하였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재 직업병으로 인정받아 정당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을 제한하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 동안 사용자 편향이 강해 여러차례 물의를 일으켜온 규제개혁위원회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2. 근골격계 직업병은 강화된 노동강도와 반복작업, 부적절한 작업자세, 중량물 취급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직업병으로 최근 4년 사이 약 961%가 증가할 만큼 대부분의 노동자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근골격계 직업병의 의학적 특징은 조기에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상태가 악화되어 수술까지도 필요한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게 된다는 점을 대부분의 산업의학 전문의들이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게 되면 조기치료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대다수의 근골격계 질환자가 수술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상태로 발전할 때까지 방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3. 똑 같은 근골격계 직업병자라 해도 개인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의학적 상식이다. 그런데도 규제개혁위원회는 치료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경제5단체의 상식 이하의 주장을 수용하여 결과적으로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 자체를 봉쇄시키는 전대미문의 결론을 내렸다. 산재환자는 치료기간 동안 다양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장애의 여부, 직장복귀에 대한 문제, 치료기간 동안 겪게 되는 경제적 문제 등등의 문제는 환자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것들이다. 때문에 이들 산재환자에 대한 심리적 지지와 치료종결 후 직장복귀 문제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산재보험서비스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는 이와 같은 산재환자에 대한 서비스 중심의 관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산재환자 강제치료종결을 산재환자관리제도로 만들었다.

4. 민주노총은 지난 6월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9박10일간 릴레이노숙농성을 벌이며 근골격계직업병 예방 법제화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완화, 폐지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건강, 인권 문제는 규제개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에 조금의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은 이런 우리의 기대가 부질없는 것임을 확인시켰다.

5. 민주노총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거꾸로 된 결정을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잡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주5일 관련 법안 대폭 수정을 비롯해 노동자의 건강을 짓밟고 산재환자의 치료를 가로막는 결정을 한 것까지 사용자 편향 일색인 규제개혁위원회는 해체해야 마땅하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생명파괴를 제도화하는 규제개혁을 반대하고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이 확보될 수 있을 때까지 투쟁의 깃발을 내리지 않고 지속적이고 완강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