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2003년 7월10일
노사정, 근골격계 질환 대립 “심화”
[edaily 박영환기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가 부과되는 작업의 범위 지정을 둘러싸고 노사정간 대립 양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10일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및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송봉근 노동부 산업안전국장, 김정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조태상 민주노총 산업안전 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사업주에 대해 근골격계 질환 예방 의무를 부과한 산업안전 보건에 관한 규칙 개정안 발효에 따른 관련 고시 제정 등 후속조치를 둘러싼 노사정간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동부는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근무자세 ▲장비의 무게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 해당작업이 근골격계 질환 예방 대상에 속하는지 여부를 정하겠다는 방침을 재계와 노동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대상 작업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유럽식 방식”을 채택해 달라는 노동계 요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으로 곧 관련 고시를 제정해 현장에서의 위반사례를 감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은 시행이 되는데, 당장 어느 부분을 예방대상으로 한정시킬지는 고시를 통해 구체화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면서 “고시 제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경총 등 재계도 정부 방안이 최선은 아니지만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차선책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우택 경총 전문위원은 “예방대상이 되는 작업의 범위를 노동계의 요구대로 “부자연스러운 작업”, “허리에 과도한 무리가 가는 작업”처럼 포괄적으로 규정할 경우 일선 현장에서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준이 명확치 않을 경우 노사간 다툼의 소지가 커질 수 있으며, 특히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될 사업장에서도 이를 놓고 갈등을 빚을 수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이번 방안이 노사정 합의사항을 파기한 것이고 법안 제정의 취지마저 망각한 것이라며 파업을 비롯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조태상 민주노총 산업안전 부장은 “정부가 제시한 안을 따를 경우 예방 대상 사업장의 범위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면서 “이는 직업병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와도 배치되는 개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는 노사정 공동 실태조사를 거쳐 국내 실정에 맞는 안을 마련한다는 노사정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내주 회의를 열어 파업을 비롯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