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대우·부당 배치전환·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은 업무상재해인가
업무와 질병사이 인과관계 상당하면 업무상 재해
김태영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Q> 갑은 15년 동안 일하던 부서에서 타부서로 전보된 이후 업무에 부담감을 느끼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이를 피동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집중력도 떨어져 잦은 사고가 발생해 그로 인해 무기력감에 빠지는 등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범불안장애, 우울증 및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났다. 이는 업무상 재해인가?
A>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란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까지도 포괄하는 의미입니다. 업무관련 배치전환으로 인한 업무부적응, 직장 내 집단적 따돌림, 승진탈락, 정리해고, 상사의 잦은 질책, 직장 내에서의 차별적 대우 등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정신질환에 대해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업무와 질병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산재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합니다.(2001.3.21, 서울행법 2000구11856 , 2002.11.14, 서울행법 2002구합24659 , 2002.08.22, 서울행법 2000구25930 , 2002.08.14, 서울행법 2000구34224 , 2000.07.06, 서울행법 99구27930 , 2000.06.07, 서울행법 99구 21543 , 2000.05.09, 서울행법 99구 25835 , 1999.06.08, 대법 99두 3331 , 1998.12.17, 서울고법 98누 1675 )
우리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렇듯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라 함은 물리적인 환경의 위험이나 건강장해로부터의 안전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건강한 정신으로 근로할 수 있는 환경 즉, 부당한 차별대우나 불합리한 따돌림을 받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일할 수 있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의미합니다.
최근 서울의 모 병원 노동조합원의 대다수가 조합원임을 이유로 하여 업무중 장기간, 지속적으로 폭언을 비롯해 집단적 따돌림, 차별대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오면서 일상적으로 괴롭힘을 받아와 결국 조합원의 대다수에게 발생한 적응장애란 정신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사회적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렇듯 노동조합원들에게 정신질환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사업장이 바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병원이란 사실은 더더욱 경악하게 합니다.
얼마 전 보도된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2%밖에 되지 않는데 이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모두 합친 것으로 전체 1,200만명 노동자의 12%만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을 뿐이란 사실입니다. 이는 덴마크(81.7%), 스웨덴(79%)은 물론, 영국(29.1%), 일본(20.7%), 미국(13.5%)과 비교해 보았을 때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무노조경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대기업도 버젓이 있는 나라가 여기 대한민국입니다.
이렇듯 한국의 많은 사용자들은 노동조합 자체를 싫어하고 노동조합이 생기면 이에 대한 탄압을 음으로 양으로 드러내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최근 조합원임을 이유로 출근에서 퇴근의 시점까지 일상적으로 괴롭혀 왔던 사건 또한 노동조합을 지극히 혐오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용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사회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정신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 어처구니없을 따름입니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은 유해위험으로부터의 안전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노사관계 정착을 통한 정신건강의 안전까지를 포괄하는 의미임을 상기해야 하며, 우리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는 무노조 지상주의가 사라지는 것만이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임을 주목해야 합니다.
상담문의 : 노무법인 참터 02-839-6505, www.chamter.com
ⓒ매일노동뉴스 200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