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3년 9월18일
[일터삶터] 요통産災 탈춤으로 날린다
매일 오전 8시20분, 경기 부천시 한국화장품㈜ 부천공장에는 타령 장단이울려 퍼진다.
작업 개시를 앞둔 생산직 근로자 100여명은 각자 작업대 앞에 자리를 잡고 신나게 탈춤 춤사위를 하나하나 펼쳐나간다.
10분간 탈춤으로 몸을 푼 뒤 공장 라인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1999년 이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요통으로 산재 인정을 받는 근로자가 2,3명씩 나오던 이 사업장은 최근 3년간 요통 등 근골격계 질환자를 찾아볼수 없게 됐다.
최근 근골격계 산재가 급증하는 산업현장의 흐름과는 정반대다.
이곳 근로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근무 조건에놓여있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은 자세로 화장품을 포장한다거나 하는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다 여성이 전체 생산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산재가 아예 사라진 데는 다양한 건강증진프로그램의 역할이 컸다.
이곳 근로자들에게는 요통예방탈춤과 걷기운동이 일상적인 일이 돼있다.
건강증진프로그램중에서도 한국산업안전공단이 개발한 요통예방 탈춤이 가장 대표적.
전통민속탈춤인 송파산대놀이의 춤사위 중 일부를 응용한 것으로, 항상 웅크리고 앉아있는 근로자들의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99년 처음 도입할 때는 그 효과를 반신반의했던 근로자들도 이젠 요통예방탈춤체조 음악만 흘러나오면 저절로 동작이 나오게 됐다.
점심시간에도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공장 안에 있는 1㎞ 걷기 코스를 거니는 모습이 다반사.
여름철엔 우산을 든 채로 빗속에서 걷기 코스를 거니는 모습도 심심찮게볼 수 있다.
앞으로는 보도블록이 깔린 걷기 코스에 낙엽을 깔아 ‘낙엽의거리’로 만들 예정이다.
어원석 관리과장은 “건강증진프로그램으로 산재가 줄어들어 근로자 복지가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 이익도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95년 요통을 앓게된 산재근로자에게 회사가 지불한 손해배상액만 5,000만원에 달했다.
또 2001년까지 연간 5,000만원 이상을 납부했던 산재보험료도 산재환자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3,984만5,000원, 올해 1,928만7,000원으로 크게줄어들었다.
요통예방탈춤을 보급한 산업안전공단 함완식 교수는 “요통 등 근골격계재해는 겉으로는 확인이 어렵고 요양치료도 장기간이 걸려 회사나 근로자로서는 큰 손실이다”며 근골격계 산재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