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안전 대책마련 분주 – 정부.과기단체 관련법 제정 등 나서
중앙일보 2003/09/25
“실험실 안전 문제는 과학기술 진흥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철저한 안전교육
과 안전설비 확충을 위해 프로젝트 연구비 항목에 이들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이행 상태를 감독해야 한다.”(민주당 이종걸 의원 지난 22일 국정감사 발언)
“1999년 서울대에서 일어난 사고는 사고 규모도 크고 사회적 이슈가 되어 그나마 보상이 됐지만 이보다 작은 규모의 사고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김준성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사과정 18일 실험실 안전 토론회 발표)
‘학교 내 고압가스 등 각종 유해물질 사용 지침서 등 보완. 전문가 초빙해 정기적인 안전교육'(한국과학기술원(KAIST)실험실 안전 개선 방안 일부)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는 이공계 실험실 안전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실험실 사고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하에 국회의원들이 정부에 조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며, 과학기술 단체와 대학들도 잇따라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어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과학기술부도 관련법 입법에 나서는 등 실험실 안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5월 KAIST 실험실 폭발 사고로 한명이 숨지고, 한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이전에는 서울대.원광대 등 여러곳의 실험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났었지만 일회성 땜질 처방에 그쳤었다.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와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이 지난 18일 개최한 ‘실험실 안전관리 법령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실험실의 보험 가입, 실험실 안전 체계에 연구진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실험실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나 학교 당국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사고 당사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4일에는 산업안전공단 부설 산업안전보건연구소에서 실험실 안전 관련 워크숍을 열었으며,한국과학기술인연합에서는 오는 10월 말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함께 세미나를 열어 다양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KAIST 장흥순 교무처장은 “각 기관별로 안전관리체계가 갖춰지도록 지원과 감독을
해야 하며, 안전 교육도 정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실험실 안전 관련 법 제정 작업은 늦은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부는 최근 ‘연구 안전 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률(안)은 ‘한국연구안전 진흥원’을 설립해 안전한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고, 연구실 안전점검, 안전교육 등도 정기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기술부 박종용 기초인력개발국장은 “고급 과학기술 인력의 연구력 증진도 중요하지만 사고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관련법을 최대한 빨리 제정,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