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정비창 근무자 19명 집단 석면질환

△ 경남 진해 해군 군수사령부 정비창의 원산함해체작업장에서 군무원들이 군함의 배관을 감싸고 있던 폐석면 덮개를 벗겨내자 하얀 분진이 날리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국방위 자료
1명 폐암 판정 이어 무방비 노출

육군과 해군의 정비창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100여명을 비롯해 2천여명의 군인과 종사자들이 맹독성 발암물질인 석면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6월 해군 군수사령부 정비창에서 일해온 군무원이 석면으로 인한 폐암으로 처음 직업병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 군무원과 함께 일한 근무자 가운데 19명이 최근 해군 자체 건강진단에서 무더기로 석면에 의한 질환 소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해군사령부가 국회 국방위 박양수 의원(민주)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를 보면, 해군이 지난 8월 동아대병원에 의뢰해 경남 진해 정비창의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원산함 해체작업장에서 기준허용치(0.1개/㎤)를 16배 초과한 1.613개/㎤, 관동직장보수작업장에서 14배가 넘는 1.423개/㎤, 참수리262정 해체작업장에서 5배에 이르는 0.495개/㎤가 검출되는 등 측정장소 16곳 가운데 14곳(88%)에서 기준치를 넘는 석면이 나왔다.

이번 조사는 ‘1개 작업·작업시간 2시간 미만’의 시료를 모아 분석한 것으로, 군무원들의 정상적 근무조건인 ‘3~4개 작업·6시간 이상’의 시료를 대상으로 측정하면 오염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군에서 석면을 취급하고 있는 작업장은 해군 정비창 외에 1·2·3함대 수리장과 육군 종합정비창 등 모두 5곳이다. 군함해체 배관정비 탱크상판교체 등을 맡아 폐석면을 직접 취급하는 군무원은 108명, 공기 중에 퍼지는 비산성분인 석면에 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유해작업장 근무자까지 더하면 석면 노출자는 모두 2099명에 이른다.

석면은 장기간 흡입하면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 직업병을 일으키는 맹독성 물질로 밝혀져 독성이 강한 청석면과 갈석면의 수입은 1997년 이후 금지됐다.

그러나 해군 당국은 문제가 된 해군 정비창이 창설된 1946년 이후 57년 동안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석면 측정을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의 의무 담당자는 “폐암 환자 발견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유해환경 개선 요구를 해왔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해결이 미뤄져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01년 11월 노동부가 국방부와 육·해·공군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유해작업장 안전실태 조사’를 공식 요청했으나 보안문제 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군 당국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했다.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이윤근 박사는 “석면에 의한 발병은 수년에서 수십년의 잠복기를 거치므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군무원을 비롯한 모든 근무자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는 한편 퇴직자들에 대해서도 추적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