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2003년 10월6일
역시나”人災”…생산차질 1천억원대
호남석유화학공장 폭발 사고
지난 3일 발생한 호남석유화학 제1공장의 폭발사고는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지고 있다.
▲경찰 수사=경찰은 중합과정의 폴리에틸렌 응고를 막기 위해 공정을 중지시키고 배관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의 실수로 탱크와 연결된 배관이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당시 작업자들이 배관에 장착된 여과기를 청소하면서 배관 일부를 뜯어낸 상태에서 밸브 조작 실수로 누출된 헥산(hexane·용매제)이 외부물질에 반응, 폭발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은 이 벨브가 수동과 자동 등 이중차단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점으로 미뤄 당시 작업자들이나 통제실 관계자의 실수로 밸브가 열린 것으로 보고 당시 밸브조작에 관여했던 현장 관계자들을 찾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근로자와 공장 관계자들의 혐의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피해 상황=폭발사고로 폴리에틸렌 공장 1천650㎡가 소실됐으며 나프타 분해 공장을 제외한 폴리모공장, 포르모공장 등이 가동 중단됐다.
호남석유화학은 이번 사고로 PE 제3공장 가동이 최소 1개월 이상 중단될 예정이며 복구비용으로만 8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제1공장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3공정 생산라인은 총 36만t의 HDPE중 15만t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어 생산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은 총매출의 8% 수준인 연간 1천100억∼1천2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사상자 보상 등 사태수습=호남석유화학은 LG화재에 장치설비(플랜트)에 5억달러, 사무실 등 부대설비에 660억원의 보험에 든 것으로 확인돼 복구기간 동안 영업 손실액을 제외하고 공장을 복구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회사측은 근로자들에 대해 산재보험과 상해보험에 가입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번 사고로 숨지거나 부상당한 피해 유·가족들과의 보상 협상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수사와 관계기관의 감식이 끝난 뒤 본격 복구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여수 환경연합 성명=여수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폭발사고와 관련, 성명을 내고 “여수산단의 환경과 안전을 위해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산단내 사망사고가 마치 기록경쟁이라도 하듯 줄을 잇고 있다”며 “‘화약고’나 다름없는 산단 전체에 대한 환경안전 정밀진단 등 특단의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공장 주변 주민들에 대한 대피령이 1시간 뒤에서야 발령돼 행정 당국이 산단 주변 주민안전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