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산재환자는 방치돼 있다
노동과 세계 제261호
미래 불안감에 자살 속출…심리상담·재활예산확충 절실▶
산재요양 중이던 대우조선 노동자 김철환(42) 씨가 지난 10월6일 음독한 지 이틀만에 사망한
것을 계기로 산재치료 중 심리상담 병행, 재활예산 확충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철환 씨는 지난 2001년 야간작업 중 추락사고를 당한 뒤 산재요양을 받아왔지만 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데다 10일로 예정됐던 비뇨기과 수술 등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겹쳐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산업안전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산업재해자 4만6천6백65명 중 사망자
1천4백82명을 뺀 4만5천1백83명이 요양 치료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재환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대책은 전무한 형편이어서 매년 요양 중 자살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로는 경제위기가 심화된 1998년을 전후해 산재요양 중 자살하는 사건이
급증해 2000년과 2001년에는 한해 동안 각각 20명이 자살하고 지난해는 17명, 올해는 9월까지
8명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산재치료와 재활에 대한 규정도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2001년에 마련한 재활사업 5개년계획에도 심리치료에 대한 부분은 빠져있다.
현재 재활상담원 1백여 명이 있지만 4만여 명의 산재환자를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대부분 1년 단위의 계약직이어서 재활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과 병원도 산재환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노총 조태상
산업안전부장은 “근로복지공단은 돈만 지급하면 끝이라는 태도로 책임을 병원에
떠넘기지만 병원에서도 산재환자를 단지 수입원으로만 여겨 일반환자와 구분하지 않고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은 완치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 장애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원직에 복직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으로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자살에 이른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간병인도 없고 심리치료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태상 부장은 “산재환자 관리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치료과정에서 심리치료를
전담해야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면서 “독일의 경우 산재관련 전체예산 중
재활에 사용되는 예산이 20%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는 겨우 0.5%에도 미치지 못해 인력확충을
위해서는 예산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건강연대 최은희 정책국장은 “산재요양 중 자살자 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 자살자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최근 급증하는 산재 환자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심리상담 서비스 실시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momo1917@nodong.org
2003-10-16 13:58:26
김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