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도망 산재근로자 법원서 ‘구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주가 도망가는 바람에 산업재해를 당하고도 손해배상은 물론, 근로복지 보험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근로자가 법원 판결로 구제받게 됐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3단독 지상목 판사는 28일 금속업체 근로자 김모(46)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 99년 1월 금속기계 공장에서 작업중 왼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지만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주가 몇달째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자 치료비를 감당할 길이 없어 공장기계에 가압류를 걸었다.

사업주는 그해 6월 김씨에게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 대신 ‘치료비와 치료기간 임금으로 1천만원을 준다’는 각서를 써줬지만 지급을 미루다가 공장기계를 김씨에게 넘기기로 계약한 뒤 김씨가 병원에 있는 사이 기계를 갖고 도망갔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사업주에게서 받기로 한 1천만원은 제외하고 주겠다’고 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당시 치료중이어서 공장 사정을 알 수 없었던 점 등을 보면 사업주에게서 기계를 넘겨받기로 계약했다고 해서 합의금을 받았다거나 점유개정(물건을 넘겨받고 상대에게 다시 빌려주는 것)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사업주에게서 받은 금액은 보험급여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지만 김씨가 사업주와 합의한 1천만원은 치료비와 치료기간 임금이므로 공단이 지급할 요양급여에서 휴업 급여까지 공제한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200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