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관련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인간공학의 역할 2003.11.07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근골격계(筋骨格界)질환이라는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복잡한 이름의 산업재해 질환이 언론 매체에 종종 언급되고 있다. 작년 12월에 개정되어 금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가 근골격계질환 예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듯 하다.

최근의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금년 9월까지의 작업관련 근골격계 질환자 수는 2,804명이고, 이는 전체 업무상 질환자 중 45.4%에 이르는 수치이다. 이는2000년 근골격계 질환자가 1,009명으로 전체 업무상 질환자의 27.5%였던 것에 비하면 그 증가 추세가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의 문제가 단순한 사회적 관심의 수준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과 안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질환의 특성상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

현재 우리가 작업관련 근골격계 질환이라 부르고 있는 명칭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Work-related Musculoskeletal Disorders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이 질환은 일반적으로 관절 부위의 근육, 건, 인대 등의 미세 섬유질에 발생한 손상으로 인해 불편함, 통증, 상해 등을 유발하는 증상을 통칭하며, 작업에 의해 이러한 증상이 유발되거나 기존의 증상이 악화된 경우를 일컫는다. 이 질환을 지칭하는 다른 이름으로는 누적외상성질환(cumulative trauma disorders; CTDs)이 있는데, 이 명칭은 이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 명칭에 의하면 근골격계질환은 순간적으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친 장시간 동안 신체가 반복적인 작업 활동에 노출되어 누적된 부하로 인해 점차 발병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근골격계질환의 발생 특성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 질환자가 급증하는 것이 최근의 작업강도 특성 변화에 의한 것이라 하기 보다는 작업자들이 수년 혹은 수십년간 유해요인에 노출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여건에 비추어 볼 때, 근골격계 질환자의 급증 현상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이 문제의 대처에 앞서 있는 여러 선진국에서 아직도 많은 근골격계 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현재 질환자 수는 결코 많은 숫자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보상에 치중하기보다 예방 관리 프로그램 정착이 시급하다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된 예방 및 관리 프로그램의 첫 단계는 기존 작업자의 증상 조사와 작업의 유해 요인 조사로 구성된다. 최근 많은 질환자가 보고되는 것은 오히려 적절한 예방 및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마땅히 거쳐야할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의 사례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적 분위기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이루려고 하려다 보니 혼란과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많은 질환자가 발생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아픔이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보상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계속 지속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질환자의 발견과 치료 못지않게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질환의 예방 및 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정착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질환자의 보상에만 치중하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며 오히려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장 작업자가 동의하고 참여할 수 있는 예방, 관리 계획 필요

작업관련성 근골격계 질환은 작업 요인, 개인적 요인, 사회심리적 요인 등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위험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가장 주요한 위험 요인은 중량물 취급, 부적절한 작업 자세, 반복적인 작업, 무리한 근력의 동원, 정적인 근력의 장시간 동원, 진동, 저온 작업장, 날카로운 면 혹은 차가운 면과의 접촉, 휴식시간의 부족 등과 같은 작업 요인이다. 근골격계질환의 발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간공학적 접근을 통해 작업관련 유해요인에의 노출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노동조합단체인 UAW(International Union, United Automobile, Aerospace and Agricultural Implement Workers of America)에서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공학적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과 관련된 인간공학은 작업자가 위험 요인에 노출되는 정도를 정량적 혹은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노출 정도를 경감시키기 위하여 작업장, 작업방법, 작업도구 등을 개선하는 일련의 공학적 방법론을 일컫는다. 최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봤을 법한 OWAS, RULA, REBA, NIOSH 들기지수 등이 바로 위험요인에 노출된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평가 기법들이다.

이러한 기법들은 인체역학, 작업생리학, 심물리학 등 다양한 인간공학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된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 요인에 대해 공학적으로 접근하는데 있어서는 작업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공학을 바탕으로 하여 작업부하를 평가함에 있어 궁극적인 목적은 작업의 개선을 통한 작업자의 안전 확보에 있다.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인간공학을 적절하게 도입하여 작업부하를 평가하고 작업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는 현장의 작업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작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에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작업을 평가하고 개선하더라도 현장의 작업자가 이를 수긍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효과적인 예방관리 프로그램의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의 작업자와 관리자 모두가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이해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 장기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 인석 [ 한경대학교 안전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