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
인권단체 ‘노동인권탄압실태 증언대회’
2003-11-07 오전 11:44:03
“근로복지공단은 근로만 있고 복지는 없는 근로착취공단이었습니다. 지나가는 개가 짖어도 이렇게 무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똑같이 일하는데 사측에서는 너희는 태생이 다르지 않느냐고 우릴 교섭대상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효성 해고노동자들은 다 몸값이 다 비쌉니다. 50억부터 100억까지 다들 손배가압류가 걸려 있어요.”
“조합원 23명이 구속될 때 용역깡패들은 무혐의로 모두 풀렸습니다.”
“오늘도 3명이 엠블란스에 실려갔습니다. 왜 목숨을 버리고 굶어야만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삼성생명 안에 있을 때는 ‘노동자’로 불리는 것도 싫어했는데, 당해보니깐 왜 그 이름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지 알겠더라구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했던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회사-정부-법-동료-가족들로부터의 순차적인 해고이다. ⓒ프레시안
‘일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입이 있으되 없었다.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등 29개 인권단체들이 5일 주최한 ‘노동인권 탄압 실태 증언대회’에서는 그동안 들어줄 귀를 찾아 헤매던 사람들의 사연들이 터져 나왔다.
“육체를 묶는 구속이 차라리 낫다. 손배가압류는 정신적 감옥”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시절 민주노총을 방문하여 손배가압류를 “조합원개인과 보증인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이에 대한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고 김주익씨가 있던 한진중공업의 경우 사측은 10월 13일 파업참가 조합원 180명에게 15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총 150억 손배 가압류를 개개인에게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김씨가 세상을 버린 날은 18일이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노조는 정리해고자를 대상으로 2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91억원의 가압류를 제기했는데 파업투쟁도 끝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본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든 삶의 조건을 박탈하는 것”
민주노총 박강우 정책국장은 “태광산업은 조합활동은 커녕 정리해고 당해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 않는 개인에게 까지 손배가압류를 풀지 않고 있다”며, “이는 사내 노동자에 대한 무력시위이자 경고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조합원들에게 청구한 손배가압류액의 총합은 애초의 손해액을 훨씬 넘어 약 2조원에 다다르고 있다”며 “현행법상 이게 가능하게 열려있고, 사용자의 악용의 수단이 되고 있다.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코너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처절한 인권선언을 또다시 외면한다면 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들은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레시안
이날 증언대회에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경기도 건설노조, 태광산업, 대한화섬 해고 저지투쟁위, 효성해고복직투쟁위, 서울대공원 시설관리노조, 삼성생명해고복직투쟁위, 화물연대노조가 참여했다.
노동기본권 탄압 중단과 이라크 파병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인권단체는 성명서에서 ▇ 손배가압류 금지 법규 제정과 가압류 해제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낳는 정부기관의 지침 폐지(물자조달지침, 최저낙찰가제) ▇ 개악된 노동법의 원상회복 ▇ 사용자 중심의 ‘노사관계 로드맵’ 수정을 요구했다.
최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