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용역업체 위장’ 해고관행에 제동
“노조활동 무력화하는 부당해고”
기업이 근로자의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용업업체를 만들어 근로자를 고용하고 용역업체 폐업 등을 이유로 해고해 노조활동을 무력화하는 관행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10일 가스회사 D사가 설립한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됐다 용역업체 폐업 등을 이유로 해고당한 곽모(46)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D사가 원고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용역업체는 거래처 납품순서를 D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운전기사 채용을 위해 D사의 승인을 거치야 하도록 돼 있는 등 사실상 D사의 1개 부서와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며 “D사와 원고들 간에는 실질적으로 묵시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D사가 배정한 물량만 처리하고 독자적인 영업을 하지 않는 용역업체의 사업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한 폐업은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들과 용역업체가 매년 계약을 갱신해오다 원고들이 만든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시점에 이뤄진 계약해지는 실질적으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라고 덧붙였다.
공업용 가스 제조업체인 D사는 95년 12월 자사 직원 이모씨를 사장으로 탱크로리 운전기사 채용을 위한 용역업체를 만들었으며 이 업체를 통해 고용된 곽씨 등이 재작년 9월 D사 물량을 운송하는 다른 용역업체 기사들과 노조를 설립해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직접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용역업체를 폐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