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이주노동자 강제출국 D-5
12만 불법체류자 “버틸 수밖에 없다”
오는 16일부터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찰,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등 관련 부처 합동으로 대대적인 단속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강제 추방 대상인 12만 명에 이르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뚜렷한 출국 움직임은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우선 불법체류 구제 대상이면서도 3~4년 체류한 이주노동자들은 출국 후에 재입국해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불법체류를 택하고 있고, 어차피 4년 이상 된 노동자들은 장기 불법체류를 하면서 정부의 일제단속이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짐작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는 “퇴직금과 밀린 월급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어서 절대로 나갈 수 없다”며,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는 “송출비도 갚지 못했는데 한 푼도 못 벌고 빚만 지게 생겼다”며 지난 9일 이주노동자 집회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삭발식을 하기도 했다.
또한 12일 안산지역 중소영세기업 11개 업체는 “수년간 어려운 환경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이제 겨우 숙련공이 된 이주노동자들을 한꺼번에 나가라는 것은 고용주인 우리도 용납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해 불법체류자 강제 출국 방침이 중소기업에도 득이 되지 않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안산이주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불법의 테두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3~4년 된 체류자들을 확실하게 재취업하게 하는 것은 물론, 4년 이상 불법체류자들도 일단 출국 후에 고용허가제로 취업기회를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등의 정책을 펴 불법체류를 최대한 줄이지 않는 한 결국 새 제도인 고용허가제도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당초 15일까지로 예정됐던 취업확인서 발급을 법무부가 29일까지로 연장한 것에 맞추어 이주노동자 취업알선 업무도 이 날까지 연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등록마감일인 31일까지 등록은 마쳤으나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취업알선을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 1만9,333명 가운데 매일 2천 명 정도가 취업알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11일 현재 약 7,773명 정도가 취업알선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법무부와의 일정조정을 통해 이들의 취업알선이 완료될 때까지 체류한정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3.11.12 09:5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