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손짓하는 그 고통을 아는가”
[특집]장기투쟁 노동자에게 희망을

노동과세계 제266호
김영재

권리·생존권 위해 나섰다가 손배가압류·탄압 늪에

“답답하다.”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애초 임단협과 구조조정 저지에서 시작된 투쟁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손배가압류로 덧칠되면서 쟁점은 오히려 늘어나고 해결 가능성은 점점 멀어져간다.
재능교육교사노조(위원장 유득규)도 이 같은 경우. 재능교육 노사는 지난 2001년 7월과 8월 임금협약에 잠정합의했지만 사측은 조인을 미루면서 파업 과정에서 생긴 유리창 파손, 집회 중 몸싸움 등을 이유로 12억8천600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측은 이어 같은 해 9월 노조간부들에 대해 8억9천600여만원을 가압류했다. 가압류 27개월 째인 노조간부들은 생계난과 그에 따른 빚으로 고통에 시달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빚 때문에 노조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단협 체결·구조조정 저지로 시작했는데
호텔리베라노조(위원장 박동민)도 임단협이 결렬돼 지난 5월17일부터 190여일 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파업 과정에서 폭력행위 등이 전혀 없었는데도 노조간부들이 임금과 부동산에 6억8천만원의 손배가압류가 걸려 있는 상태다. 노조는 현재 △대표이사 사법처리 △불법적 직장폐쇄 철회와 중앙노동위 조정안 수용 △부당노동행위 방관하는 노동부 관련자 처벌과 중재교섭 △6억8천만원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이밖에 금창공업노조는 노조인정 문제로, 광주광역시장애인복지관노조는 고용승계 문제로 장기투쟁을 펼치고 있다. 남여주골프클럽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성과 노조인정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대부분 손배가압류, 부당노동행위, 구속수배 문제가 겹쳐 있어 ‘노동탄압의 백화점’으로 불리고 있다.
장기투쟁사업장은 투쟁기간이 짧게는 몇 개월에서 2∼3년에 이르고 있고, 손배가압류 때문에 투쟁기금은 물론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태다. 장기투쟁 사업장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조금씩 멀어져 가는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다. 한진중공업, 세원테크,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 등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장기투쟁사업장 노조들의 현안은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한진중공업 사태가 노조의 승리로 끝나면서 ‘정말 사람이 죽어 나가야 뭔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절망감 때문에 또 다른 극단적 행동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최근 청구성심병원은 명예훼손과 영업방해를 이유로 노조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능교육은 조합비 3억원, 노조간부 3억원 등 모두 6억원의 추가 가압류를 신청했으며, 부천지역의 한 관리자는 “노조위원장이 할복자살하지 않고 뭐하느냐”는 폭언을 해 말썽을 빚고 있다.

“비극 막으려면 정부대책 빨리 나와야”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장기투쟁사업장 농성단장)은 “장기투쟁 사업장의 요구는 열사들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면서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도 정부차원의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신 부위원장은 아울러 “부당노동행위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용자를 실제로 처벌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장기투쟁사업장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장기투쟁사업장 서울역 농성을 광화문으로 확대하고 저녁 촛불시위에 결합하고 있으며, 열린우리당과 노동부, 검찰청 면담과 항의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김영재 momo1917 @ no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