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노동자 건강권 확보, 노동자성 인정으로”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공동설문조사 결과
학습지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분적 보상제도나 보호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노동자성 인정 등 노동3권 보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교사노조,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공동으로 재능, 대교 등 4개 학습지 소속 노동자 3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29일 토론회를 가진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 교육실장은 “이번 설문조사는 정부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을 거부하며 특별법 제정 등으로 제한적 권리인정과 보호조치를 취하려고 하는데 대응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습지 노동자들이 겪는 건강과 안전문제는 피곤함, 스트레스, 근골격계 문제, 골절과 교통사고 등 다른 노동자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학부모 및 관리자로부터의 물리적, 인격적 폭력 및 성폭력과 추행 등의 전근대적 문제가 상당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7월 ‘특수형태 직업 종사자 산재보험 적용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사고조사 항목에 각종 폭력이 제외됐다.
하지만 실적을 강요하는 관리자에게 ‘조직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한 학습지 노동자들은 개인적 저항을 할 경우 물리적, 인격적 폭력을 당하게 된다는 것.
또한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유산위험이 있어도 일을 쉬지 못하고(85%), 질병이 있어도 일하면서 치료(79.5%)하거나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것(17.9%)으로 나타나 쉬면서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실장은 “이 통계가 바로 학습지 노동자가 ‘노동자’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 여성노동자는 면접과정에서 “만약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특례조항으로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지언정 시급한 모성보호 관련 법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향후 학습지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될 때, 그들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거나 손실을 보상할 수 있기 위해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더 확고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습지노조는 건강권쟁취 투쟁요구안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노조활동 보장 △4대보험 적용 △성폭력 근절대책 마련 △불공정업무행위 중단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습지노조는 건강권 관련 정책팀 구성, 공개토론회, 내년 4월 총선 겨냥 사이버 시위, 매달 캠페인 등을 벌일 계획이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