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리는 것이 가장 두렵다’
비정규직여성노동자, 고용불안,모성권 침해 상담 증가 두드러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모성보호권 침해를 직장생활의 가장 큰 고충으로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한여노협,대표 이철순)가 운영하는 여성노동자 전문 상담창구 ‘평등의 전화’에서 2003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상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담(908건) 중 고용관련 상담이 719건으로 69.1%를 차지했으며 모성보호 관련 건이 100건 9.6%로 그 뒤를 이었다.
한여노협 전국 8개 지부에 설치된 ‘평등의 전화’에는 지난 한해 총 2,916건(재상담 제외건수)의 상담이 접수됐는데, 이 결과는 재상담과 남성상담 137건을 제외한 총 2,779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것.
정규직 여성의 고용관련 상담은 전체 1,792건 중 940건인 52.5%인데 반해 비정규직의 경우 69.1%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고용관련 상담을 제외하고는 성차별, 모성보호 등의 상담건수 및 비율이 정규직에 비해 아주 저조했다.
한여노협 손영주 정책국장은 “비정규직의 경우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에 대처할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차별, 성희롱, 모성보호 같은 권리요구는 아예 제기하지 못하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분석한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담이 고용관련 건에 치우친 가운데에서도 모성보호 관련 상담은 2002년(59건)에 비해 100건으로 1.7배가 늘어났다.
그러나 모성보호 관련 전체 상담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26.9%로 나타났는데, 이는 모성보호 상담자들의 연령대인 25세부터 34세 사이 여성노동자의 51.7%가 비정규직이라는 통계청 지표를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치다. 특히 육아휴직 상담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12.6%로 아주 낮았다.
이 같은 결과 역시 비정규직이면 산전후휴가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당연히’ 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업주의 인식과 고용이 불안한 처지에 제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상담자 가운데 비정규직을 연령별로 10대가 3.1%, 20대가 36.8%, 30대가 34.5%, 40대 이상이 25.6% 등으로 모든 연령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특정연령에 집중되기보다 연령별 편차가 거의 없이 여성노동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임이 확인된 셈이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4.01.29 09:4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