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노동자, 숨어서 아파야 하는 세상”
분신기도 오천수씨 유서…삼호중공업노조, 산재인정 촉구
지난 2일 산재신청이 불승인된 것에 항의해 분신을 기도했던 오천수씨의 유서가 발표됐다.
금속노조 삼호중공업지회 전 산안차장인 오씨는 유서에서 “노동자가 아프면 부도덕하고 꾀병이나 부리는 사람으로 아니, 그저 개망나니처럼 하찮게 보는 구나…아프다 해도 가진 놈들은 보이게 아프고, 힘없고 돈 없고 빽 없는 노동자는 숨어서 아파야 하는 세상”이라며 산재신청이 불승인된 것에 대한 울분을 쏟아냈다.
이어 “자신들의 입맛대로 자문의사X들 불러 놓고선 의학적 소견이라면서 수술이 필요한 요양자도 종결, 디스크가 악화되면 병신이 되는 요양자도 종결, 산재 승인도 회사 놈들 눈치 보면서 불승인을…”라고 적어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오씨는 95년 삼호중공업에 입사해 가공부에서 일하며 얻은 요통으로 산재요양을 몇 차례 받았으나,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지회 산안차장으로 활동하며 근골격계 집단산재인정 투쟁을 주도한 바 있다. 그는 노조간부 임기를 끝낸 뒤 지난달 초 다시 산재신청을 했으나, 노조 전임자였다는 이유로 산재승인이 거부됐다.
삼호중공업지회는 “오천수 조합원의 항의사건은 근로복지공단이 행한 산재불승인과 강제종결 처리에 대한 부당한 행정처리를 폭로한 것”이라며 “오씨를 포함한 전임노조 간부 4명에 대한 즉각적인 재검토와 산재요양을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지회는 △근골격계 산재요양 신청자에 대한 불승인 남발과 강제요양 종결처리 중단 △재발방지 대책 제출 △근로복지공단의 사과 △산재승인과 관련한 노동부의 철저한 지도감독을 요구했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4.02.04 1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