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건강해야 일도 잘하죠”

△ 웰빙 바람과 함께, 체력단련장 설치 등 직원들 건강 챙기기에 적극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자료사진.

기업마다 ‘직원 건강챙기기’바람

지난해 10월 미국의 한 통신회사가 직원들의 살을 빼기 위해 주차장과 800m 떨어진 곳에 새사옥을 지었다는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미국인의 절반이 비만인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효율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미끈하게 빠진 ‘몸짱’이 인기라지만, 속까지 멀쩡한 진짜 ‘몸짱’이 아니면 일이 잘될 리 없다. 기업들이 하나둘씩 주목하기 시작하는 직원 건강 프로그램은 개인의 삶은 물론 회사를 건강하게 운영하는 기본이 되고 있다.

담배, 술과 함께 갖가지 병을 불러들이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만을 다스리겠다고 나선 회사가 국내에도 생겼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애보트는 1월부터 직원 30명의 신청을 받아 비만 퇴치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체질량지수(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이상이거나, 23 이상이면서 당뇨, 고혈압 등을 가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식사·운동·약물요법 비용을 감량 실적에 따라 최고 60만원까지 대준다.

치앙거 코수 한국애보트 지사장은 “직원 네 명 중 한명꼴로 비만 상태”라며 “이번 캠페인은 직원들의 건강을 회복하고, 생산성도 함께 높이는 일석이조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업체인 하나포스닷컴 직원들은 아픈 것 자체를 걱정할지언정 웬만하면 병원비 염려는 안한다. 연간 300만원까지 회사에서 병원비를 대주기 때문이다. 직계가족도 지원 대상이다. 의료보험에 이런 제도까지 있으니, 정말 큰 병이 아니고서는 돈 걱정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직원들 치아 만큼은 어느 회사 사원들보다도 튼튼할텐데, 많은 직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치과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회사는 별도로 연간 80만원의 ‘드림캐쉬’를 적립해 주고 헬스클럽 이용 등에 쓰게 하고 있다.

소망화장품은 금연 격려금(10만~12만원)과 헬스클럽 이용 지원금을 주는 데서 나아가 금주 격려금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허약했던 몸을 스스로 단련시키는 과정에서 건강 예찬론자가 됐다는 이 회사 강석창 사장은 이달 건강에 관한 책을 낼 예정이기도 하다.

한약 등의 보조재를 이용해 직원 건강을 챙기는 업체도 있다. 홍보대행사 굿윌커뮤니케이션즈의 박용집 사장은 집에서 가져온 호박 달인 물을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직원들이 먹게 하고, 명절에는 근처 한의원에서 보약을 지어 준다. 박 사장은 “명절에 떡값을 주는 것도 좋지만, 아침마다 피곤해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보약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참고서 업체인 좋은책은 올해부터 매일 아침 직원들 책상에 요구르트를 놓아주고, 감기 예방을 위해 비타민C 제제와 과일 등을 나눠 주고 있다.

한국피앤지(P&G)는 지난해 사내에 메디컬센터를 설치했다. 병원에 갈 짬이 없는 직원들을 위해 주 1회 의사와 간호사가 방문해 검진에 나선다.

이밖에 사내 체력단련장을 설치하거나, 따로 운동하는 날을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직원 건강 챙기기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