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두 노동자의 죽음, 박동진·유석상 씨

노동과세계 제277호
박수경

수배상태라 병원도 못가고 병 키워
사회보험노조 박동진 씨…”부당한 공권력행사는 그만”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구속·수배 남발이 결국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2월13일 숨진 공공연맹 전국사회보험노조 박동진(42) 전 서울본부장의 사인은 간암이었지만 3년여에 걸친 수배생활로 발병사실을 몰랐고, 병을 키웠다. 고인은 나이 마흔의 늦은 결혼으로 임신 5개월의 부인과 세 살 난 딸을 남겨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 전 본부장이 수배생활에 들어간 건 지난 2000년 건강보험공단 박태영 전 이사장의 ‘무쟁의선언’ 강요에 맞선 파업농성과 2001년 박 전 이사장 이임식 저지투쟁 때문. 최근 검찰수사를 통해 박 전 이사장 재직 당시 핵심측근인 비서실장, 보좌역, 총무이사, 경영전략본부장 등이 인사청탁 대가로 상납을 받아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동진 전 본부장에 대한 수배는 지나친 조치였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외치는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박 전 본부장에 대한 수배는 풀리지 않았다.
박동진 전 본부장은 수배자라는 신분 때문에 아파도 병원 한 번 제대로 갈 수 없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심한 통증이 있고서야 올해 1월 지방의 한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곳에서 ‘암 일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큰 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고, 진단이 내려진 지 한 달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공공연맹은 이에 대해 “고 박동진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고인을 해고하고, 부당한 공권력으로 수배하도록 한 박태영 전 이사장과 공단, 그리고 정부”라며 “그런 점에서 박동진 동지의 죽음은 공단과 정부에 의한 분명한 타살이다”라고 규탄했다.
박동진 전 본부장은 1989년 의료보험조합에 입사, 1990년 서울지역의료보험노조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1999년 서울본부장에 당선됐다.
박수경 work0818 @ nodong.org

산재 치료과정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현대중공업 유석상 씨…산재보험 제도개선 서둘러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서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산재환자의 비참한 상황이 또 다시 반복되었다.
지난 2월14일 오전 6시께 현대중공업 노동자 유석상(48, 의장2부)씨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치료를 받다 세원신경외과 5층 계단난간에 목 매 자살했다.
고 유석상 씨는 지난 97년 작업 도중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았으나 최근 다시 악화돼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유 씨는 치료 중 병원에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등 우울증을 앓아 왔으며, 일기에 ‘허리수술 후 통증이 심해 너무 힘들고 괴롭다’, ‘수술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과정의 고통 자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된 것이다.
유 씨처럼 산재치료 과정의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산재환자는 99년부터 늘기 시작해 매년 10명을 넘고 있다. 산재환자 대부분이 산재로 인한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심리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으나 현행 제도에는 이들을 치료하고 도와줄 수 있는 체계가 전무하다.
따라서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나 민주노총은 산재신청에서 현장에 복귀할 때까지 산재노동자가 절망에 빠져 자살을 택하지 않도록 산재보상보험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리·재활치료가 가능토록 보험수가와 같은 제도를 정비하고, 심리·재활·상담전문인력을 시급히 늘리는 한편 산재환자들이 주치의의 의학적 소견에 따라 곧바로 산재요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산재보험을 선보장·후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수경 work0818 @ no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