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절반은 ‘질환자’
화성시보건소 검진결과…“휴식 없이 피로누적 등 원인”
경기도 화성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절반 가량인 45.8%가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화성시보건소가 지난 1~ 3월 실시한 이주노동자 무료 검진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369명 가운데 45.8%인 169명이 이상 질환자로 판명됐다. 질환 종류별로는 고지혈증이 35명으로 가장 많았고 △간기능 이상 33명 △방사선검사 이상(결핵 의심) 25명 △빈혈 18명 등의 순이었다. 건강 검진을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이상 질환 이주노동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성시보건소 관계자는 “외국인노동자들 사이에서 고지혈증과 같이 혈관 등 순환기계 이상이 많이 나타났다”며 “젊은 사람들에게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국인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마음에 여유도 없어 피로가 누적되는 것들이 이상 질환의 주된 이유라고 본다”며 “복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34만 이주노동자 가운데 10만명이 미등록노동자(불법체류자)인 만큼, 이상 질환 등으로 몸이 아파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미등록노동자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수가를 내야하는데 이것은 보통 보험수가보다 3배 이상이다. 이와 관련,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 이왕준 운영위원장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인권이란 것은 사람의 국적이나 피부색, 성별, 연령 등에 의해 차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 권리”며 “이런 측면에서 이주노동자들도 그 체류의 합법성 여부에 관계없이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건강권은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강제로 추방하겠다는 식의 억지정책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김소연 기자 2004.04.14 11:5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