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병원 부설 진폐센터 백도명 소장
“생명력 있는 진폐관리 모델 만들겠다”
재가진폐환자 400명 대상 검진…관리체계 개선방안 제시할 것
진폐환자에 대한 검진과 요양, 연구를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전문기관이 설립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원장 양길승)은 14일 오후 이같은 역할을 하는 ‘진폐센터’(소장 백도명) 문을 열었다.<사진>
ⓒ 매일노동뉴스
진폐센터는 전체 녹색병원 300병상 중 10%에 해당하는 30병상을 갖추고 호흡기질환 전공의 등 모두 9명의 의료진을 확보한 가운데 이를 통해 진폐환자의 치료와 재활, 나아가 제도개선까지 담당한다고 이날 밝혔다.
진폐센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진폐환자의 정신적 재활과 사회성 향상을 도모하고 지역과 연계해 퇴원환자 스스로의 참여와 주체적인 결정이 가능한 재활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며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진폐 관련제도를 진폐노동자를 위한 제도로 바꾸어 나가는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센터는 급성 및 만성요양자의 치료 및 재활은 물론 지역건강센터 연계, 사회복지사와의 정기적인 면담, 사회·정신적 재활, 문화적 재활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방문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재가진폐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용역도 수행한다. 진폐센터는 “우리나라 진폐증 인정기준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태백, 영월, 정선 등지의 재가진폐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검진을 실시해 4월말께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재가진폐환자에 대한 현황파악 △진폐증 인정기준에 대한 검토 △진폐증 치료의 여러 조건 검토 등을 통해 현행 진폐관리체계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음은 백도명 소장과의 일문일답.
▲ 백도명 소장. ⓒ 매일노동뉴스
– 진폐센터의 문을 열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4년 진폐관련법이 만들어지면서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됐다고 하나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단적인 예로 현재까지 진폐정밀진단을 받은 사람은 4만여명에 이르지만 이 중 1/4은 진폐증도 아니고 정상도 아닌 진폐의증을 앓고 있다. 진폐증과 진폐의증의 차이는 크지 않으나 진폐증으로 인정하는 문턱이 높다. 이와 함께 관리상의 문제도 있어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진폐센터를 연 것이다.”
– 종합병원 가운데 진폐병동을 갖춘 대표적인 병원인 여의도성모병원은 수익 악화로 병동폐쇄를 검토하는 등 진통을 겪어왔다. 어떤 모습의 진폐병동을 고민하고 있는가.
“수익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진폐병동을 (수익을 내기 위해) 단순한 수용시설처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더라도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정신적, 사회적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 재가진폐환자에 대한 검진을 통해 진폐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대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체계로는 진폐증으로 요양인정을 못 받은 진폐의증자의 경우 사실상 방치돼 증상이 악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관리체계의 큰 방향은 진폐진단 기준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재가진폐환자에 대한 검진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것이 정부정책에 반영되도록 적극 설득할 예정이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 되도록 생명력 있는 진폐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 목표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