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인정받고도 동료 걱정에 ‘한숨’
“호텔에서 똑같이 고생했던 동료들인데 다 함께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지난 7월말 폐업한 이후 4개월 넘게 대전시 유성구 리베라호텔 지하 2층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호텔 정상화’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송승철(46)씨는 동료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리베라호텔이 문을 연 지난 1988년부터 건물관리과에서 일했던 그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근골격계 산업재해 판정을 통보받은 노조원 5명 가운데 한명이다.
15년 정도 사다리에 올라 호텔 객실의 천장 조명 등을 점검하는 건물관리 업무를 반복적으로 해오다보니 지난 2001년부터 어깨에 큰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자신의 업무 때문에 생긴 병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던 중 폐업 후 한창 집회 등에 참여하던 지난 9월 노조원 80여명과 건강진단을 받았고 이때 동료 8명과 함께 병원에서 근골격계 질병 판정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산재를 신청한 리베라호텔 노조원 9명 가운데 송씨 등 5명은 일부 승인을 받아 2개월 가량 공단으로부터 병원치료비 등을 지원받게 됐지만 나머지 4명은 심사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폐업 후 1인당 80만-90만원의 실업급여로 어렵게 버텨온 노조원 4명은 병원치료비 때문에 추운 겨울에 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이번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던 노조원 9명은 대부분은 호텔에서 10년 이상 일했던 40-50대 직원들로 객실 청소와 침대 정리, 세탁물 관리 등의 단순 육체업무로 허리, 손가락, 팔 등에 서서히 질병을 갖게 된 사람들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인정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반복된 업무로 인해 병을 갖게 돼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17일 오후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의 근골격계 인정기준 폐기와 산재보험 공공성 확보 등을 촉구하고 이번 리베라호텔 노조원들의 산재판정에 대해 항의할 예정이다.
(대전=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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