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심사 기능 독립기구로 운영돼야”
박수만 한국노총 산안국장 “근로복지공단에 징수·수급·심사 기능 집중 불합리”
산재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산재보험사업을 위탁받은 근로복지공단의 각 지사에서 산재 신청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해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각 지사의 지급결정에 불복하면 근로복지공단 산재심사실에 다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산재보험료를 징수하며 지급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기능까지 부여받고 있음으로 해서 산재노동자들의 권리구제제도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재심사를 독립된 기구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수만 한국노총 산업안전국장은 16일 산재에 대한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토론회에 이어 오후 3시30분부터 열린 ‘산재노동자의 실질적 권리구제를 위한 산재심사제도의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현행 산재보험제도는 산재보험료를 징수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심사와 지급 기능까지 부여해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산재심사업무를 처리하는 공단과는 별개의 독립기구로서 지방산재심사위원회(가칭)을 운영해 이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국장은 “덧붙여 재심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산재심사위원회의 형식적 운영과 비공정성 등으로 인해 산재노동자들의 권리구제제도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같은 원인들이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노동자의 불신과 분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산재노동자들이 지사의 산재심사에 불복해 공단 본부 산재심사실에 심사청구를 해 논의한 결과에 대한 지난 5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판정취소율(구제율)은 평균 10%를 웃돌고 있다. 지난 99년 17.2%로 정점을 이뤄던 판정취소율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며 2002년에는 7.98%, 2003년에는 8.95%를 나타냈다.
연도 계(명) 취소(구제) 기각 각하 기타 취소율(구제율, %)
1998 5197 717 4343 97 36 13.8
1999 4250 730 3331 109 80 17.2
2000 3204 435 2622 76 71 13.6
2001 3973 344 3420 92 117 8.66
2002 3470 277 3016 77 100 7.98
2003 3831 343 3566 105 117 8.95
이에 대해 박 국장은 심사기능이 근로복지공단에 있음을 먼저 지적하면서 “구제율 감소세는 긍정적으로 보면 최초요양신청단계에서 행정처분 정확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산재심사실의 산재노동자의 구제기구로서의 존재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산재심사실은 최초요양신청 받고 있는 일선 지사와 동일한 직급 간에 상호 수평인사이동에 의해 구성된 부서이기 때문에 행정심판의 기능을 수행할 만큼 전문인력이 아니다”라는 문제도 지적했다.
또한 행정구제제도에서 최종심을 진행하고 있는 산재심사위원회에 대해서도 △산업의학 전문의 부족 △위원들의 보수성 △공정하지 않은 심사위원 선정과정 등을 문제로 제기하며 “산재심사위원 중 노사 추천위원을 각각 1/3 수준으로 확대하고 정부추천위원에 대한 노사의 검증을 의무화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위원회에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의학전문의의 참여율을 의학전문가의 최고 1/3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인간공학 등 필요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노동자의 구제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산재노동자의 신속하고 공정한 보호의 필요성만큼이나 시급한 과제”라며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사회보험으로 발전해 가는 산재보험제도의 변화에 맞춰 산재노동자들의 생활보장을 위해 산업재해 인정 기준의 전향적인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산재심사제도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산재노동자의 보호에 있는 것”이라며 “억울한 산재노동자들의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석 기자 seok@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