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직 확대정책 노동자 죽음 내몰아”

고 김춘봉 노동자 대책위 기자회견…한진중공업에 재발방지 대책 촉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춘봉씨(50·사진)씨 사건에 대해 노동계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한진중공업 고 김춘봉 노동자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는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비정규직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2003년부터 회사 관리자로부터 끊임없이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 왔다”며 “회사는 고인이 촉탁직 2년이 다 되어가자, 사전 논의도 없이 고인이 근무하던 가스관리파트를 완전히 외주용역하기로 하고 고인이 요구했던 촉탁직 유지를 거부했다”고 지적하며 사측의 고용거부가 김춘봉씨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어 “노무현 정권과 총자본의 끊임없는 비정규직 확대정책이 김춘봉 노동자를 죽였다고 규정한다”며 “이런 비정규 노동자들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가) 국내외자본가들의 끝없는 이윤추구의 이해와 요구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했다. 대책위는 “지난 2003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지회장 차해도)는 비정규직보호를 위해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이 체결한 조합통일요구를 근거로 한진중공업측에 지난 5월 공문을 보내 촉탁직을 정규직화할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이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불행한 사태를 야기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각종 비정규직을 양산·차별 법안 철폐/ 정부의 획기적인 사회안정망 확충 방안을 제시/ 한진중공업측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 제시’ 등을 요구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노동·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강력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진중공업 고 김춘봉 노동자 대책위’는 28일 오전 마산삼성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7일 자살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춘봉씨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정부와 사용자측에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끝없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다 결국은 죽음으로 내몰린 고 김춘봉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조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고 김춘봉 노동자의 갑작스런 죽음에 슬픔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고인은 1980년 코리아타코마(경남 마산시 양덕동 974-15)에 입사하여 1991년 한진중공업(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5가 29번지)이 인수한이후 지금까지 청춘을 바쳐 일해왔습니다.

고인은 2003년, 마산공장폐쇄와 부산이전 문제와 관련하여 2003년 4월 회사 관리자로부터 끊임없이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 왔습니다. 결국 고인은 마산공장이 폐쇄될 때까지 한진중공업과 직접계약하는 촉탁직으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명예퇴직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고인이 촉탁직 2년이 다 되어가자, 사전 논의도 없이 고인이 근무하던 가스관리파트를 완전히 외주용역하기로 하고 고인이 요구하였던 촉탁직 유지를 거부하였습니다.

촉탁직 유지의 희망조차 꺽여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고인은 2004년 12월 27일 아침 7시, 또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에의해 도장공장입구 계단에서 목을 맨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우리는 노무현정권과 총자본의 끊임없는 비정규직 확대정책이 김춘봉 노동자를 죽였다고 규정합니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03년 10월 분신 자결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이용석 열사, 2004년 2월 ‘비정규직 차별철폐’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결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박일수열사의 처절한 외침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노무현정권과 자본가들은 절박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외자본가들의 끝없는 이윤추구의 이해와 요구만을 받아들여 지금도 여전히 파견근로자들을 양산하고 비정규직의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각종 법률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습니다.

노무현정부는 노동현장내 차별을 심화시킬뿐 아니라 일하고 싶은 청년들을 평생 안정된 일자리 한번 가져보지 못하도록 비정규직만 확대, 양산하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합니다.

자본가들에게도 요구합니다.

노동자는 더 이상 기계나 소모품이 아닙니다. 실컷 부려먹고 필요 없으면 희망퇴직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온갖 구실을 붙여 청춘을 바쳐온 일터에서 쫒아내는 노동자죽이기를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임시직, 계약직, 촉탁직, 사내하청, 용역 등 온갖 이름으로 자행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고 정규직화해야 합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지회장 차해도)는 비정규직보호를 위해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이 체결한 2003년 조합통일요구를 근거로 한진중공업측에 지난 5월 27일 공문을 보내 촉탁직을 정규직화 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회사측은 지금까지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야기한 불행한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똑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받고, 길거리로 내몰리고, 결국에는 목숨마저 버려야하는 비참한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끝장내기 위해 온힘을 다하여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창한),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지부장 문영만),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허재우), 민주노총 부산본부(본부장 최용국),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이흥석)등이 ‘한진중공업 고 김춘봉노동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비정규직의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과 노동단체 등 제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1. 노무현정부는 파견법개악안, 기간제(계약직) 개악안 등 각종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법안들을 철폐하라!

2.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

3. 정부는 국민들이 실업의 고통과 생존의 벼랑으로 몰린 절망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획기적인 사회안정망 확충방안을 제시하라!

4. 한진중공업은 고 김춘봉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라!

5. 한진중공업은 재발방지대책을 제시하라!

이오성 기자 dodash@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