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대다수 “빈부격차 심각”
소득수준 낮을수록 “생활수준 나빠졌다”…분배문제, 기업·부유층 부담 요구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은 우리나라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0월18일부터 11월10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국민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절대다수 빈부격차 심각 인식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빈부격차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이 63.5%, ‘약간 심각’하다는 의견이 29.5%로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3.0%가 우리나라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0.9%에 머물렀다.이같은 인식은 소득수준별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표1참조>
<표1>우리나라 빈부격차에 대한 국민의식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 계
매우 심각하다 64.9 61.1 62.3 63.5
약간 심각하다 28.8 31.2 27.7 29.5
보통이다 5.5 6.8 7.9 6.1
별로 심각하지 않다 0.8 0.7 1.5 0.8
전혀 심각하지 않다 0.0 0.2 0.5 0.1
무응답 0.1 0.0 0.0 0.03
계(수) 100.0 (1,821)
100.0(927) 100.0(202) 100.0(2,995)
자료제공=통계청, “도시가계조사”, 연도별 자료 (단위:%명)
또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살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1~2년 전과 지난해 말의 생활수준을 비교할 때 ‘나빠졌다’는 응답이 저소득층(월소득 200만원 이하)은 61.8%에 이르렀으나 중산층(200~300만원)은 45.5%, 고소득층(300만원 이상)은 39.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밖에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수준은 과거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인식이 높았다. 응답자의 53.5%가 ‘별 변화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확대를 공언해왔으나 실제 체감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득재분배 경제성장에 기여”
이같은 상태에서 우리 국민은 성장과 분배정책의 동시진행 돼야 한다는 의견이 36.4%로 가장 많았으나 상대적으로 분배에 초점을 좀 더 두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 더 높았다. ‘성장을 추진하면서 소득분배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33.7%로 ‘분배를 추진하지만 성장정책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 29.7%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소득계층별로는 고소득층은 성장우선정책(47.0%)을, 저소득층은 분배우선정책(34.7%)을 가장 선호하는 등 차이를 보였다.
‘정부의 분배정책 수준’에 대해 43.5%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30.1%는 어려움에 처한 중산층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소득의 재분배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란 의견도 높았다. 65.6%가 경제성장에 약간 또는 전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 재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소득분배를 위해서는 기업과 부유층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공정한 소득분배와 복지수준 향상을 위해 세금을 더 내겠는가’라는 질문에 18.6%만이 찬성했으며 55.2%는 기업(12.0%)이나 부유층(43.2%)이 더 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회통합과 사회연대체계 구축해야”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0년간 고성장율을 유지했고 저소득층인 9·10분위 노동자 소득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절대빈곤율은 지난 99년 8.21%를 보인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03년 5.27%로 다시 증가했으며 상대빈곤율은 98년 10.80% 이후 감소하다가 2003년 10.55%로 역시 다시 증가했다. <표2참조>
<표2>연도별 빈곤율 변화추이
년도 절대빈곤율 상대빈곤률
1997 3.92 8.78
1998 7.58 10.80
1999 8.21 10.71
2000 6.35 9.87
2001 5.21 9.57
2002 4.04 9.56
2003 5.27 10.55
주 = 상대빈곤율은 중위소득 50% 기준임.
자료제공=통계청, “도시가계조사”, 연도별 자료
(단위:%명)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시급히 시행해야 할 정책으로 ‘빈곤층에 대한 지원 및 복지서비스 확대정책’을 꼽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생활수준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민 대부분이 빈부격차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상당수는 분배정책을 통한 인간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사회복지욕구가 상당히 높고 전체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사회(기업·부유층)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건사회연구원은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대응방안으로 “정책의 기본방향은 소득분배의 왜곡을 완화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상생적 선순환을 통한 사회통합과 사회연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빈곤 및 빈곤화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위험보장 강화(분배구조 개선)와 사회부문에 대한 시장기능의 활성화(사회서비스부문 개방경제인프라 구축)를 정부와 기업간 협력체계를 통해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