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작년 14조2천억 날려
[매일경제 2005-06-30 16:11]
◆’안전’이 경쟁력이다◆
지난 29일은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지 10년 되는 날이다. 하루아침에 502명에 이르는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대형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사고 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그대로다. 비록 백화점이 있던 터에는 크고 멋진 주상 복합 건물이 들어섰지만 유족들 가슴 속에 남은 생채기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삼풍백화점 참사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렸지만 그 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율만 봐도 이런 사실이 확인된다.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었던 95년 0.9 9%였던 재해율은 그 후 줄어들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후 다시 상승 세로 돌아섰다. 어려운 경제 현실을 핑계로 산업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투자 등 을 게을리한 결과로 보인다.
◆ 지난 10년 동안 산재사망자 2만6천명 넘어=2004년 한 해 동안 무려 8만887 4명에 이르는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당했고 그 중 2825명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 다. 이는 매일 243명이 산재를 입고 매일 7.7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만도 14조2000억원이 넘는다. 이는 한국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2조 4972억원)에 비해 약 5배를 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또 이는 정 부가 책정한 공공기관 이전 비용인 12조원보다 많은 액수이고 연봉 2000만원을 받는 근로자를 71만4980명이나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10년 동안 산재 통계를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 10년 동 안 재해자 수는 73만9390명이었고, 사망자 수는 2만 6206명이었다. 이는 의정 부시 인구(39만명)와 평택시 인구(37만명)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또 우리나라 산재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근로자 1만명당 사망률인 사망만인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2.70을 기록해 일본 독일 미국 등에 비해 6~10배 높은 수준이다. 2002년 기준으로 일본은 0.31, 독 일은 0.26, 미국은 0.40을 기록했다.
이는 산업재해율이 선진국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다.
◆ 취약계층일수록 재해율 높아=재해율 통계를 보면 여성ㆍ중소기업 종사자ㆍ 고령자ㆍ미숙련 노동자 등 우리 사회 취약계층들이 산업재해에 더 많이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전체 산업재해 중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가 6만423건으로 전체 중 68%를 차지했다. 이는 경영 영세성으로 인해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안 전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50세 이상 고령 근로자 재해 발생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00년 25.1%였 던 비율이 2001년 27.6%, 2002년 29.7%, 2003년과 2004년 각각 30.0%와 30.7% 로 상승했다.
또 전체 산업재해 중 6개월 미만 미숙련 근로자 재해 발생이 전체 중 46.6%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들 취약계층 근로자 산업안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절 실하다. 정부는 올 초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을 추진기간으로 한 ‘제2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르면 50명 미만 영세사업장 작 업환경 개선 등을 통해 재정적ㆍ기술적 능력 부족 등으로 인한 영세사업장 등 안전격차(Safety divide) 해소에 노력하기로 했다.
◆ ‘산업안전’ 관련 각종 행사 개최=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을 맞아 ‘제38회 산업안전보건대회’가 1일 오전 10시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박길상 산업안전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 박길상)은 지난달 29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 삼 성동 코엑스(COEX) 1층 태평양홀에서 미국 일본 독일 등 13개국 178개 업체가 참가하는 ‘국제안전기기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일터에서 무더위를 극복할 수 있는 ‘에어 쿨 자켓’과 얼음 조끼, 장마나 침수시 예상되는 감전재해 예방을 위한 전기안전용품 등 여름철 재해예방 장비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 칼로 베어도 찢어지지 않는 특수 장갑, 가정이나 식당, 일터에서 간단하게 가스누출을 측정할 수 있는 가스검지기, 어 린이와 노약자 안전을 위한 용품도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최근 컴퓨터 사용과 생산설비 자동화에 따른 반복 작업 증가로 발생 하는 근골격계질환 예방기기도 전시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전시회에 방문하는 산업현장 안전보건 관계자, 시민, 학생 등 이 안전기기와 제품, 시설물을 직접 써 보고 매달려 볼 수 있는 체험시설들이 다수 전시돼 있는 만큼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