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시행 1년 실태조사
임금체불과 폭력에 멍든 ‘코리안드림’
체류기간 연장․사업장 이동 자유 가장 원해
시행 1주년을 맞은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은 체류기간 연장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 확대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노동기본권실현 국회의원 연구모임’(대표 단병호 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 실태조사’ 발표회를 가졌다.
실태조사는 2003년 9월 정부의 합법화 조치로 비전문취업비자(E-9)를 획득한 이주노동자들과 현행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와 산업연수생을 포함해 미등록 상태에 있는 노동자 등 모두 17개국 313명을 대상으로 2005년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실시했다.
조사 결과 고용허가제 실시 후 노동과 삶의 조건이 “향상됐다”는 응답이 다소 높았다. 하지만 노동강도, 노동시간, 사업장 이동의 자유 등 노동조건은 만족도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강도’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에 대해 “매우 악화됐다”는 응답이 각각 36%와 48%로 높았다.
응답자들은 고용허가제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짧은 체류기간, 사업장이동 금지, 가족동반 금지 순으로 답했다.<그림>
미등록자의 경우 73.7%가 이동경험이 있었던 반면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도입된 비전문취업비자(E-9)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의 63.1%는 “이동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 중 “E-9 하에서의 사업장 이동이 어려웠다”는 응답이 95%를 차지해,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사실상 제한된 것으로 드러났다.
체류기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평균 체류기간이 4.45년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6년 이상 장기거주 희망자가 15.8%, 영구거주 희망자가 14.5%로 나타나는 등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을 ‘잠시 거치는 곳’이 아니라 ‘제2의 고향’이라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이주비용은 평균 4,161달러로 나타나 고용허가제 실시 전인 2002년 산업연수생 2,995달러, 미등록이주노동자 3,063달러(국가인권위)와 비교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임금은 974,966원, 월평균 노동시간은 280.4시간으로 나타나 2002년 조사와 비교해 실질임금은 하락했고, 노동시간은 조금 느는 등 노동조건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약 13만원 정도 적은 월급을 받고 있었으며 응답자 10명 가운데 3명이 성폭행의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은 남성에 비해 더욱 열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과 비교해 폭행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5명 가운데 1명이 물리적인 폭력이나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요 인권 침해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율은 임금체불(47.5%)이었으며 그 다음은 상해경험(38.3%), 언어폭행(34%), 감금이나 여권압류 등은 각각 12.9%순으로 나타났고 신체폭력도 9.4%에 이르렀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