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환부에 새살을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전진식 기자 sinmunman@cctoday.co.kr
우크라이나 출신 불법체류자 이고르(33)는 최근 어깨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병을 얻었다.
지난 2004년 5월 단기비자로 한국에 입국, 대전시 서구의 한 유리공장에서 하루 13∼14시간 동안 중노동을 한 결과다.
처음에 이고르는 ‘좀 있으면 낫겠지’하며 진통제만 먹었을 뿐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월급이 100만원밖에 안됐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불법체류자라는 꼬리표는 그로 하여금 병원에 찾아갈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병을 키운 이고르는 급기야 어깨를 전혀 움직일 수 없게됐고, 공장에서는 쓸모가 없어진 그를 내쫓았다.
병든데다 일자리까지 잃은 이고르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곳은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
지원센터는 딱한 형편에 놓인 이고르를 산하 기관인 대전외국인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에 데려가 양·한방 치료를 해줬고, 거듭된 치료로 몸이 다 나은 이고르는 고향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러시아인 M모(25·여)씨도 지난 2004년 6월 한국에 들어와 불법체류를 하다 병을 얻었다.
대전 모 농수산물시장에서 하루종일 쭈그려 앉아 마늘 껍질 벗기는 일을 하다가 생리가 2개월이나 끊겼던 것이다.
지원센터는 무료진료소를 통해 M씨를 대전시 서구 모 산부인과와 연결시켜 줬고, M씨는 현재 건강을 회복했다.
무료진료소가 지난해 1월 17일 문을 연 이래 현재까지 치료한 외국인 노동자는 이고르를 비롯 모두 836명으로 국내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 상당수가 불법체류 신분인 데다 몸이 아파도 말이 통하지 않거나 돈이 없어 치료를 외면한다는게 지원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당초 문을 열 때처럼 무료진료소는 모든 진료와 치료를 무료로 할 수 밖에 없는데, 재정 부족으로 장비와 약품 충당이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과 호흡기질환 등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흔한 병을 치료하려면 물리치료기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만 재정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노동자센터 김봉구 소장은 “외국인노동자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면서도 초기 치료시기를 놓쳐 더 큰 병을 앓게 된다”며 “불법체류자든 아니든 한국에서 일하다 다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건강권’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소는 17일 오후 7시30분 대전 중구 은행동 진료소사무실에서 개소 1주년 기념식을 열고 그동안 무료자원봉사에 나선 개인과 단체 등 의료진 23명에게 표창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