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경찰 산재사고 키웠다

[내일신문 2006-03-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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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에이스건설 공사현장서 4명 사망 … 안전관리 부실에 의한 예고된 사고

산업재해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건설현장에서 또 다시 산재가 일어나 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크게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업체 뿐 아니라 과실 여부를 수사하는 경찰, 안전시설·규정을 점검하는 지방노동청 모두 ‘예고된 산재’의 장본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안전관리 부실 여러 차례 지적” = 지난 18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에이스건설의 아파트형공장 건설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무너져 일용직 노동자 박 모(55·중국교포)씨 등 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건물 철골 공사를 하던 중 1층 바닥에 설치된 3층 높이의 H빔이 쓰러지면서 2층 거푸집을 지탱하던 철제 구조물을 무너뜨려 일어났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목격자와 현장 책임자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중이다. 서울지방노동청도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후 현장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원인과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곳은 지난 4일에도 백 모(44)씨가 H빔을 철거하기 위해 크레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산재 사망한 곳이다. 때문에 해당 건설현장의 안전 점검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번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예고된 산재’라는 지적이다.

서울건설산업노조 관계자는 “4일 사고 이후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시공사가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고”라고 지적했다.

◆노동청 왜 현장폐쇄 안했나 =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의 지방노동청은 일단 현장폐쇄를 지시한 후 안전시설 미비점이나 규정 미준수 사항 등을 파악한다.

하지만 4일 산재사망 후속조치 과정에서 서울지방노동청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에이스건설측은 작업을 계속 진행하다 2주 후인 18일 3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 관계자는 “지난 4일 사고는 고철 수거 과정에서 일어난 산재이기 때문에 공사중지까지는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건설산업노조는 4일 산재사망 이후 사고가 난 건설현장 앞에서 집회신고를 내고 재발방지 대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해 왔다. 노조 관계자는 “안전관리 부실을 여러차례 지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의지 의심 = 경찰은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여부에 대한 수사를 맡는다. 하지만 업체가 피해자 또는 피해가족과 합의하면 관행상 별다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4일 백씨의 산재사망 역시 경찰은 “고의적인 사고가 아니었고 에이스건설측이 유족과 합의했다”며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4일 크레인 작업 때 시공사의 현장 통제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사고가 난지 2주가 넘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수사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서울건설산업노조 관계자는 “4일 사고를 하청업체 소속 크레인 기사의 과실로만 몰고 가려고 한다”며 “책임의 대부분은 시공사에 있기 때문에 공사장 안전사고에 대해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4일 사고에 대해 현장소장과 크레인기사를 입건해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하지만 4일 산재와 18일 산재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18일 산재와 관련, 현장소장·안전관리책임자 뿐 아니라 시공업체 대표이사까지도 입건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청회사 발뺌 ‘급급’ = 원청회사인 에이스건설은 산재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에이스 건설 고위 관계자는 “4일 산재사망사고는 고철업자가 H빔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는데, 현장을 통제했음에도 사망자가 이를 어기고 지나가다 일어난 사고였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또 “18일 사고 역시 하청업체인 삼표ENG에 여러차례 안전작업 지시를 내렸으나 삼표측에서 지키지 않았다”며 “1차적 책임은 하청업체에 있지만 우리도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건설산업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난 현장은 밤12시에도 공사를 진행하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성수 김은광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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