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건강’이 복간된다. ‘노동과건강’은 지난 1988년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노동자의 건강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발간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의 노동자 건강문제는 단지 건강하지 못하여 노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만 조망되었다면, ꡐ노동과건강ꡑ을 통하여 노동 때문에 건강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처음으로 그 목소리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럼으로써 노동과 건강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고 또한 이 둘 사이의 역학관계를 좀 더 균형 있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노동과건강’이 본격적으로 노동과 건강에 대한 문제를 노동조합의 일로 제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실제 지금에 이르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노동과 건강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여 졌다. 특히 고용관계에서만 바라보는 노동이 아니라 고용관계를 떠한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게 되면서 더욱 다양하게 되었다. 단적인 예로 지난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의 실직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취업자의 취업으로 인한 건강문제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사일과 같이 가족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무임금노동일지라도 고된 것은 고되고 힘든 것은 힘든 일로 남아 있다는 점은 특별한 말을 통하지 않고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성매매종사 노동자들의 경우 비록 합법적인 고용이나 거래관계는 아닐지라도 성매매를 통하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점의 하나가 성매매로 인한 건강에 대한 위협이라는 점도 누누이 확인된다.
심지어는 노동과 건강이 어느 한 시점에서만 관계를 맺지 않고 성장과 노화를 통하여 전체 삶의 궤적을 통하여 그리고 어느 한 개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대를 뛰어 넘어 관계를 맺는 것 또한 알려지고 있다. 사업장에서의 발암물질의 사용에서와 같이 부모의 노동을 통하여 자식의 건강이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 한편 연령에 따른 폐기능의 발달 그리고 저하와 같이 감성, 지성, 그리고 신체의 발달이 어린 시절에 지체되어 향후 노동조건에 중요한 제약을 가하는 건강조건으로 작용하면서 결국에는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지난 88년 ‘노동과건강’이 문제제기를 시작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 노동과 건강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들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제는 노동과 건강을 단순히 어느 한 시점에서 어느 한 가지 방향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점에 걸쳐서 노동의 모든 측면과 건강의 모든 측면이 서로 쌍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건강이 노동과정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며 또한 한편으로 그 결과로서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노동과건강’이 복간된다. 예전에 노동과 건강의 문제를 제기하였던 초심으로 돌아가 이제 노동과 건강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특히 아직도 일방에서만 바라보거나 무시되고 왜곡되는 지점들을 비쳐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