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산재통계를 둘러싼 민주노동당과 정부의 논쟁이 뜨거웠다.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실은 우리나라의 산재통계가 현실의 15%만을 반영하고 있고, 노동부 발표보다 6배나 많은 노동자가 사고성재해를 당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재통계를 보면 중상재해가 경상재해보다 더 많은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와 이러한 통계로 전체 산업재해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면서, 노동부에서 작성하고 있는 산재통계의 허구성을 비판하였다. 민주노동당의 비판 이후 수차례의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면서 산재통계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이 형성되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부의 산재통계가 엉터리라고 주장한 근거를 살펴보면, 첫째, 사고성재해를 당해도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산재의 전체적 규모를 파악하려면 건강보험자료를 추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실제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해보면, 20-59세 노동인구 중 직장 내에서 사고성재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33만1,665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산재보험으로 처리된 6만 여명과 비교할 때 훨씬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노동부가 반론으로 주장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첫째, 통계의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 통계조사의 목적과 조사 방법이 적절해야 하는데, 건강보험은 산재보험과 적용대상과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자료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둘째, 건강보험 자료의 상병코드는 해당 질병이 의심돼 진료 받은 진단명으로서 최종 확정된 상병이 아니다는 것이다. 셋째, 직장 내 사고자 비율의 경우 국민건강영양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사업주, 임원, 비임금근로자,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의 사고까지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과다 산출되었다는 것이다. 넷째, 통계 산출범위 자체를 전체 취업자로 상정하는 것은 노동부가 통계를 산출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부의 비판이 애초에 제기한 문제의식에 대하여 제대로 된 답변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노동부가 제기한 논점이 문제의 핵심을 짚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기에 앞서서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건강보험 자료의 상병코드가 확정된 상병이 아니라는 노동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건강보험 자료에서 상병코드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확정된 상병이 아니라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심사에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상병코드가 작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병코드 작성의 불확실성 문제는 비교적 상병과 치료 내용의 연관성이 명확한 사고성재해의 경우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직장 내 사고자 비율에 자영업자, 사업주, 임원, 비임금근로자,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이 포괄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국민건강영양자료에서 직장 내 사고자 비율엔 자영업자와 군인이 포함되지 않으며, 사업주, 임원, 공무원, 교사 등은 업무의 성격상 사고성재해의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과잉 추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임금근로자에 해당하는 보험모집인 등에서 발생한 사고성재해가 포함될 가능성인데, 전체 발생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관계에 대한 문제점을 차치하더라도 노동부의 비판의 핵심적 요지라 할 수 있는 ‘산재통계 산출 목적에 부적합한 건강보험자료 사용’ 문제는 거꾸로 노동부의 산재통계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부가 산재통계를 위하여 사용한 산재보험 자료는 산재통계를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산재보험의 승인과 급여 관리 등의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적이 다른 산재보험 자료가 산재통계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사고성재해든 직업성질환이든 산재로 인하여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사람이 모두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다는 대전제가 성립하였을 때이다. 과연 이러한 전제가 성립하고 있는가? 100%는 아니더라도 근접하게라도 적용되고 있는가? 이러한 전제가 성립하지 않음은 정부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1999년 수행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제조업의 재해율은 노동부의 재해율을 훨씬 상회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산재를 입은 노동자의 상당수가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산재를 입어도 모두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한 다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산재보험자료 역시 산재통계의 자료로 사용하기에 한계적이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료의 성격을 근거로 산재통계의 활용 여부에 대하여 비판하는 것은 일면적으로 타당할지 모르지만, 다른 측면에서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는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이 적용대상, 적용범위, 급여범위, 조직체계 등 모든 부분에서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요양급여 부분이 통합되어 있는 스웨덴, 영국 등 서구복지국가와 달리 산재통계를 위해 산재보험 자료를 사용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타당할지 모른다. 사회보험이 통합적으로 운용되는 국가의 경우 대부분의 급여가 통합 운영되고 일부만 별도로 제공되기 때문에 산재보험 자료를 통한 통계의 구축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선진외국의 경우 별도의 산재통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표본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도 이러한 체계상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곧바로 산재통계를 위해 산재보험 자료를 활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재 환자의 대부분이 산재의 적용을 받는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하는데, 비교적 인정을 받기 쉽다고 하는 사고성재해조차도 산재보험에서 누락되는 비율이 상당수에 이름은 관련 연구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정규직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산재보험 자료에 기초한 산재통계가 우리나라 산재의 규모와 그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 매우 한계적일 수밖에 없음은 확실하다.
따라서 산재통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고,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체계의 특성상 일반보건의료체계와 구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면 타당한 요소를 담고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노동당이 핵심적으로 제기한 우리나라 산재의 규모와 성격을 규명하기에 산재통계가 매우 문제가 많다는 비판에 대해서, 노동부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못하였다고 하겠다. 특히 노동부가 산재보험 자료에 기반한 산재통계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한계점을 인지한 속에서 제한적으로 재해율을 해석하고 있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 산재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양 선전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재해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클 수밖에 없다.
노동부는 산재노동자를 비롯하여, 여러 노동안전보건단체에서 오랫동안 제기해온 산재통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찾는 데에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산재보험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산재보험 개혁방안을 제출하여 산재를 입은 노동자가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던가, 아니면 자료의 성격은 다르지만 건강보험 자료를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여 우리나라 전체 산재 규모와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 노력하던가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