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노동건강연대, 아시아의 친구들, 안양 이주노동자의 집은 이주노동자 직업병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건강 실태와 더불어 직업병에 대한 지식, 작업장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기초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2005년 1월, 화성에 위치한 모니터부품 공장에서 일한 태국 여성 노동자들이 노말 헥산 중독에 의해 다발성 신경마비(앉은뱅이 병) 증세를 호소하면서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그들의 작업장 실태가 고스란히 수면위로 올라왔다.
당시 노동부에서도 급히 조사에 착수하여 산재를 승인해 주고 사업주를 처벌하며 귀국한 3명의 노동자 또한 재입국시켜 치료를 해주었다.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보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병들은 몇 년 후에 나타나는 병들로 미루어보자면 당시 이주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노말-헥산 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인 태국인 여성노동자들.

한국의 이주노동자 유입의 역사는 이미 15년을 넘어섰고 90년대 말,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입국을 하였고 현재는 33만 명(2005년 8월 통계)을 넘어서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다양한 국가에서 오고 있으며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흔히 3D업종이라고 불리는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대량으로 유입되던 시기인 2000년도에는 1/3이 넘는 외국인 연수생들이 이탈하고 미등록체류자의 수는 날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탈 연수생, 미등록 체류자를 체포하여 강제출국 시키겠다는 대책 이상은 마련하지 않고 있었고, 이러는 사이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 강제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 빈발하는 산재사고, 송출업체에 의한 중간착취, 여권 압류, 공장 밖 출입통제 및 폭행 등 기본적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동안의 인권단체와 상담소 등의 꾸준한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개선노력으로 사회 전반에 그 문제의식이 부각되고 미디어를 통한 대중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그 상황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고 본다.

매해 이주노동자의 실태 등 개선방향에 관한 여러 실태조사들이 진행되었고 크게 성과를 본 자료들도 많다. 하지만 정작 기본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작업장 내 안전수칙 준수 등의 작업환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들에 대한 경각심은 적었다.
사실, 이주노동자 관련단체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상담을 하면서도 실무자들의 직업병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거니와 직업병이라 해도 당시 사건에 대한 처리, 산재 관련한 안내가 전부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이유로 제안된 이번 직업병 실태조사는 안양과 파주 지역에서 총 5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진행되었다. 총 1백40여 건의 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주노동자들의 작업장 안전수칙, 직업병에 대한 인식 등이 현저히 낮다는 평가를 하게 되었다.
이것은 노동건강연대에서 진행하였던 성수동 직업병 실태조사와 비슷한 구조를 보였으며, 이와 비교해 볼 때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3D제조업, 영세업체에서 근무하는 전반적인 노동자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석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점은 안양은 주변이 공단지역이었고 파주는 영세사업장이 많아 나타나는 질병이라든가 인식 자체에 다른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고 회사에서의 사전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사업주들조차도 직업병에 대한 인식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경인지역 이주노동자관련단체 상담실무자에 대한 노동안전보건교육

이러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경인지역 이주노동자 관련단체 상담실무자 교육을 진행했다. 이는 실제적으로 이주노동자들과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의 작업환경, 직업병의 발생경로, 작업장 내 지켜져야 할 안전수칙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한 정보공유의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처리절차도 중요하지만, 혹시 일어날 지도 모를 사고의 요인을 파악하고 예방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의 자리를 통해 상담실무자들은 그동안 각 지역 상담소와 단체에서 발생한 사고와 상담사례들을 나누면서 열악하고 다양한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작업장 내 상황을 접하게 되었다. 또한 이번 교육의 내용은 각 지역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생소하다면 생소할 수 있는 직업병, 건강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졌고, 함께 고민하고 인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발점이 된 거 같아 뿌듯함을 가지 수 있었다. 앞으로 다양한 기회가 생겨 좀 더 여러 분야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실태 등이 이루어져서 다양한 부분에 있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개선되어 졌으면 하는 바람과 좀 더 나은, 좀 더 인간다운 이주노동자 정책이 수립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고 모두가 이주노동자이며 우리는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