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노동현장을 위하여”
[레이버투데이 2006-05-01 18:04]
제6회 산재노동자의 날을 맞아 노사정이 한 자리에 모여 산재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산업재해 근절과 산재보험의 민주적 개혁을 결의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성중 노동부 차관, 박길상 산업안전공단 이사장 등 노사정 관계자 및 산업재해 환자 등 약 500여명은 지난 28일 오전 11시 산재노동자의 날을 맞아 서울 보라매공원 산재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위령탑 앞에서 분향을 한 뒤, 묵념을 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이날 추모제에서 이용득 위원장은 “노동현장에서 산재노동자들의 흘린 피와 땀을 가슴깊이 되새기며 산업재해의 고통과 두려움이 없는 노동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결의를 다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산재노동자의 명예회복과 권익향상,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한 노동권을 지켜나가는 데 노력과 정열을 바쳐나갈 것을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과 함께 다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매년 세계적으로 2백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7명이 사망하는 등 ‘산재왕국’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산업재해가 줄었다는 발표의 뒤안길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이주노동자, 여성,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재해의 위험을 강요당하면서도 산재보상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산재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은 그들의 명예를 되찾아주고 남아 있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며 “기업이 몇푼의 산재보험료 납부만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는 만큼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며 아울러 산재보험의 민주적 개혁을 위해서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이어 추념사에 나선 김성중 차관도 “산재노동자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인해 이 땅의 경제가 이룩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이제는 노사정이 합심해 건강과 목숨이 위협받지 않고 노동자가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차관은 “산업재해보험제도는 산재노동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요양과 재활, 보상 시스템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노동계와 산재보험제도 개혁과 관련한 정책들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을 비롯한 정훈용 전국진폐재해자협회장과 김용석 한국산재노동자협회장, 민동식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장 등 산재관련 단체들도 산재노동자의 날을 맞아 추념사를 보내왔다.
▲ 산재노동자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를 지내는 장면. ⓒ 매일노동뉴스
먼저 이수영 경총 회장은 “우리 경영계는 엄숙한 마음으로 산재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그 유가족들과 장해를 입은 근로자 및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산업재해는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며 기업에게는 직간접적으로 경쟁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노사정 3자 모두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이를 예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훈용 전국진폐재해자협회장은 “국가로부터 산업전사라는 허울 좋은 찬사에 순진하게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해 왔지만 협회에서만도 매년 5백여명이 병원에서 직업병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으며, 김용석 한국산재노동자협회장도 “정부의 장기적 재활훈련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는 현실에서 급기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산재노동자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민동식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장은 “산업재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인 치료와 요양은 물론 재활교육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합류할 수 있도록 사회복귀시스템을 체계화 할 것을 기업과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추모곡 제창과 산재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진혼제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마지막으로 위령탑에 헌화와 분향을 했으며, 산업재해 근절과 민주적 산재보험 개혁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행사를 마쳤다.
<상자기사①> 4·28의 어제와 오늘
매년 4월28일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넋을 추모하고 장해를 입은 노동자를 위로하기 위하여 전 세계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산재희생자 추모의 날이다.
지난 1989년 미국 노총이 ‘산재노동자 애도의 날’ 행사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캐나다 노총은 지난 1984년 노동현장에서 재해로 순직하거나 다친 노동자에 대해 추모행사를 매년 갖기로 선언했다. 그리고 1991년부터 4월28일을 ‘국가애도의 날’로 공식 채택해 시행해 왔다.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제자유노련(ICFTU)은 1996년 매년 4월28일을 ‘산재노동자의 날’로 지정했다. 그 첫 번째 행사를 같은해 열린 UN의 회기 중에 전 세계의 노동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의식과 추모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산재희생자를 추모하고 산업재해를 반대하는 전 세계 노동조합은 매년 4월28일을 맞아 산재희생자를 기리는 행사를 벌여오고 있다.
한국노총에서는 산재노동자에 대한 명예보상과 권익향상을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대정부건의를 통해 지난 2000년 12월 ‘산업재해희생자 위령탑’의 건립을 이끌어냈다. 또 2000년 8월에는 매년 4월28일을 산업재해 순직자의 넋을 기리고 산재노동자를 위로하기 위한 ‘산재노동자의 날’로 지정한 데 이어 다음해인 2001년 4월 28일 ‘제1회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행사를 개최해 왔다. 올해도 4월28일을 맞아 노사정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제6회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제를 서울 보라매공원 산업재해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개최했다.
<상자기사②> “유해화학물질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국노총, 정부 지도감독 및 사업주 처벌 촉구
한국노총이 산재노동자의 날을 맞아 유해화학물질사용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며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노총은 최근 경기도 구미에 위치한 한 전자산업 공장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유해화학물질에 의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사례로 들며, 사업주의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지도감독 소홀을 강력 규탄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노총은 산재노동자의 날인 28일 성명을 내 “지난 24일 한 전자공장에서 특근 중이던 노동자 4명이 유독가스 질식으로 쓰러져 이 중 2명이 사망했지만 사고현장에는 방독면조차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음에도 결국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고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사용주 처벌”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이같은 사고는 기업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하며 “정부 또한 사고 때마다 요란스럽게 대책만 발표했지 정작 노동현장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는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올해만 해도 지난 2월과 3월에 광주와 부천에 위치한 금속가공업체에서 같은 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에 의한 ‘스티븐존슨증후군’으로 2명이 노동자가 사명했고, 연초에는 유기주석 중독에 의한 사망사고가 잇따랐다”며 “정부가 ‘직업병 유발물질 취급실태 정밀조사’에 착수한다는 대책을 발표해 놓고도 같은 물질에 의한 사망사고가 일어나게 한 것은 결국 탁상행정의 결과가 아니겠냐”고 비꼬았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은 정말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지만 사업주들은 이윤추구에 눈이 멀어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다는 것에 분노한다”며 “노동형제들이 더이상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고 정부는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다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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