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정부는 글리벡 약가 결정 즉각 철회하고, 보험적용 전면 확대하라!!
–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백혈병 환자들의 인권위 농성을 지지하며

지난 1월 21일 보건복지부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 약값을 한 알에 23,045원으로 결정하고 말았다. 백혈병 환자들은 지난 2년 동안 돈이 없어 죽을 수는 없다고 절규하며, 글리벡 약가 인하와 보험적용확대, 강제실시를 주장하며 싸워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의 외침을 외면한 채 노바티스라는 국제 제약자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 23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야 할 환자들이 인권위원회 강당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환자의 몸으로 어려운 농성을 결정하면서 밝힌 그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살기 위해서는 약을 먹어야하니 약을 먹게 해달라는 것이다. 노바티스가 포기하지 못하는 독점이윤 때문에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결정대로 글리벡 한 알이 23,045원일 경우, 보험적용이 되는 중기, 말기 만성골수성백혈병(하루 6∼10알 복용), 인터페론 치료를 실패한 경우(하루 4알 복용)는 한달 50여만원∼124만여원을 부담해야한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글리벡이 필요한 환자의 70% 이상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초기만성골수성백혈병(하루 4알 복용), 위장관기저종양(하루 4∼8알 복용), 소아만성골수성백혈병(하루 4알 복용) 환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달 277만여원∼553만여원을 내야 글리벡을 먹을 수 있다.

다달이 50∼550만원을 내면서 약을 먹을 수 있는 환자가 몇이나 될까? 백혈병을 치료하는 기적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글리벡이 정작 약이 필요한 백혈병 환자들에게 ‘그림이 떡’이 된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환자에 대한 10% 무상공급이나, 외래진료비 중 환자 부담률 20% 인하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70%가 보험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에서도 이 조치들이 글리벡 고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부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백혈병환우회와 글리벡공대위의 주장을 지지하며,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먹을 수 없는 약값, 23,045원 결정을 철회하고, 글리벡의 보험적용 범위와 약가에 대해 재논의 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 선진 7개국의 평균 약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현재 특허신약 가격 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노바티스가 글리벡에 개발·투자한 비용과 생산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우리는 제약기업의 독점이윤보다는 생명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건강의 위험을 무릎쓸 수밖에 없는 참혹한 현실에 분노하며, 백혈병 환자들의 호소가 실현될 때까지 이 투쟁에 동참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기본권 인권인 치료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의 요구

1. 글리벡 약가결정 즉각 철회하라!
2. 정부는 환자들과 함께 글리벡 보험적용 범위와 약가에 대해 재논의하라!
3. 글리벡을 필요로 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보험적용 전면 확대하라!
4. 노바티스는 글리벡 투자비용과 생산원가를 공개하라!

2003. 1. 29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