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의견서
재정경재부는 2002년 7월 2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의료단체들은 재경부가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아래와 같이 제출한다.
1. 보험업법 개정안은 제 181조 ①항과 ⑩항을 통해 민간보험회사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질병에 관한 통례와 질병에 관한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질병정보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 보호 조항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위의 개정안은 개인의 질병정보를 민간보험회사의 이윤추구행위를 위한 보험료율계산을 위해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간영리기관의 사익을 위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개인질병정보는 공보험의 성격상 포괄적인 개인질병정보일 수밖에 없어 민간보험상품과 관련된 질병정보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질병정보가 민간영리기관에 제공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현재 공적기관이 엄격하게 보호하여 관리하는 질병정보조차 그 누출과 악용을 막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 사회의 사생활 보호 수준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재경부는 이러한 현실에서 개인의 질병정보를 민간영리기관에 제공하겠다는 발상을 있습니다.
2. 보건복지부 전 김원길 장관에 의해 단독적으로 진행되었던 ‘민간의료보험 도입 시도’ 는 이미 제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제기와 수 차례 토론회와 집회를 통해 문제가 많음이 이미 지적된 바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고 민간의료보험도입은 현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되는 2006년 이후에나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재경부가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개인질병정보를 민간영리기관에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또 다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적건강보험조차도 ‘반쪽자리’ 보험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된다면 이는 취약한 건강보험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게 되는 것이며, 이는 결국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 분명합니다.
칠레나 남미의 여러나라에서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고 난 후 보여준 의료의 제반 문제들을 참고해 보면 현행 건강보험이 50% 미만의 보장성을 지니고 있는 상황과 의료대란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까지 파탄난 상황 속에서 민간의료보험이 가져올 의료제도의 파탄은 불난집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 될 것은 분명한 상황입니다. 이는 그 보장성이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보험으로서의 공적 건강보험의 성격을 갉아먹으며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을 더욱 반복하게 될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3. 재경부의 보험업법 개정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정부 내의 의견조율도 거치지 않은 채 재경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위해 태스크 포스팀까지 만들어 진행하던 복지부조차 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정하고 이미 철회한 것을 재경부가 다시 어떤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것에 시민사회단체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질병을 민간영리기관에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연대를 파괴하는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려는 재경부의 시도는 정부 내 논의도 거치지 않은 보험회사들의 입장만을 대변한 것이며 이에 대해 재경부는 정부 내 어떤 협의 부서의 논의를 거쳤는지를 밝혀 주기를 바랍니다.
4. 이와 같은 이유로 보험업법 개정안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칠 때까지 철회되거나 최소한 연기되어야 합니다.
02. 7. 22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