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규제완화의 문제점과 대책

박두용 (한성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부, 노동건강연대 정책기획국장)



I. 서론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는 주된 제재수단은 단연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법에 의하여 위임된 명령과 규칙 그리고 고시와 같은 하위 행정명령이다. 이러한 것은 일하는 모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목적으로 일정부문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넓은 의미로 볼 때 모두 ‘규제’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규제는 우리나라 천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공식적 수단이다. 물론 그 동안 산업안전보건법과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정부규제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데 얼마나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해왔는가에 대해서는 비판적 의문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기 위한 다른 사회적 기제를 가지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법적 수단만큼 강력하고 확실한 수단은 별로 없다. 따라서 다른 공적 수단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걸음마 단계의 사회 안전망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국민의 기본권을 후퇴시키는 중차대한 사안이므로 결코 가벼이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현재 범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규제개혁은 기업의 자유스러운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규제가 기업의 활동에 저해요소가 되고 있으며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의 대상, 나아가 철폐나 혁파의 대상이라는 논리가 범정부차원으로 확대 인식되고 본격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한 것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였고 이는 신자유주의가 급속히 팽창하던 시기와 일치한다.1 김대중 정부는 IMF 경제위기의 극복방안으로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나섰고, 경제규제개혁을 범정부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상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규제개혁의 논리도 신자유주의 노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2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규제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93년 6월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부터이며, 현재는 1997년 8월에 제정되어 1998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규제완화는 경기침체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규제완화가 상시적인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 규제완화에 대하여 당사자인 노동계로부터 조직적 저항이나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상대적으로 철저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물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간헐적이나마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일방적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 주장이 대두되기는 하였지만 국민적 저항이나 사회적 의제로 부각되지 못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것은 몇 가지로 그 원인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그 동안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이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의 권리개념을 토대로 안전과 보건상의 사업주에 대한 의무조항보다는 정부가 직접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명령지시적 규제에 치우쳐 왔다. 따라서 주로 사업주의 의무부과와 관련된 행정절차와 같은 규제완화조치에 대하여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는 곧바로 그 피해를 체감적으로 느끼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문제는 데부분 개별사업장이나 노동자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여러 사업장에 산발적이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급단위의 노동조직이나 시민단체 차원에서 문제점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조직화하지 않는 한 문제점이 잘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규제완화와 그로 인한 폐해가 나타나기까지에는 일정한 시간적 간격이 있다. 따라서 규제완화가 논의되는 시점에서는 이에 대한 체감지수가 낮을 수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의 문제점이 현장에서 드러날 때에는 이미 규제완화가 진행된 이후가 되고, 이 때는 문제제기를 하기에 대개 늦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이 상급노동조직이나 시민단체가 필요한 존재의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둘째, IMF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구조조정과 고용문제가 산업안전보건문제를 압도하여 이 문제가 부각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이후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자본의 공세가 강화되어 노동계에서는 구조조정이나 직접적인 노동계의 탄압에 저항하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후반이후 노동계는 산업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역량이 일정한 한계를 보임에 따라 문제제기부터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이러한 역량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그 동안의 산업안전보건법의 상당부분이 명목상으로 존재하였거나 사문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규제완화가 현장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은 산업안전보건규제를 집행할 관료(주로 근로감독관)가 부족하고, 현장실태에 밝지 못하기 때문이거나,3 규제관료들의 부패나 사업장과의 밀착관계로 인한 저규제로 인하여4 산업안전보건 규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으로 규제완화에 둔감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즉, 사업장에서는 법의 취지나 목적에 부합하는 실질적 준수는 외면한 채, 법조항만 문구대로 또는 형식적으로 준수해 왔기 때문에 규제완화가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넷째,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체제는 관주도형으로 일관되어 왔기 때문에 실제로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경제적 규제가 많이 있으며, 이러한 경제규제는 철폐하거나 완화해야한다는 의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사회적 규제개혁이 별개의 문제로 취급되지 않고 규제개혁의 당위성에 압도되어 버렸기 때문인 면도 있다.5


다섯째, 규제의 입법과정도 대개 그러했듯이 규제개혁도 이해당사자간의 충분한 협의와 합의를 도출해내는 구조가 없다. 대부분의 규제완화가 정부주도하에 일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이해당사자가 규제의 폐지나 완화 이전에는 물론이고 과정이나 사후에도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여섯째, 그 동안 이루어진 규제완화는 주로 양적인 면에 치우쳐 진행된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규제의 핵심적 내용보다는 주로 사소한 것이나 절차적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부작용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그 동안 폐지되거나 완화되어 온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규제 내용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바로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사소한 규제나 절차적 규제개혁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사이에 규제개혁은 그 자체가 우리 사회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이루게 된다. 더구나 확고한 원칙이나 노사간 당사자의 합의 없이 현재와 같이 효율성이 낮다거나 사업주의 입장에서 애로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규제완화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향후 규제개혁의 원칙이나 원리가 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규제개혁이 주로 행정절차나6 사소한 규제개혁이 마무리되고 서서히 질적인 규제개혁과 핵심적 규제의 손질에 나설 것이 뻔한 이치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지 않는 규제개혁의 구조에 익숙해져 버린 사회에서 새로운 문제제기가 탄력을 받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규제개혁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기는 매우 어렵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규제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 핵심을 벗어난 절차적인 것이나 사소한 것이 많고 규제개혁이 현장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결과는 광범위하게 산재되어 있어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후 드러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러한 점이 우리가 현재의 규제개혁의 흐름을 냉철히 분석하고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안전보건문제는 현장의 문화나 관행에 크게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는 안전보건체계가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취해지는 각종 규제완화조치는 결국 현장의 안전보건 문화나 관행을 거꾸로 돌려 그나마 구축된 최소한의 안전보건체제 마저 무너져 버리게 될 위험이 있다. 우리가 규제완화조치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I. 규제개혁의 이해


현재 규제개혁은 국가적 과제로 상정되어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개혁은 일시적인 조치나 단기간의 구조조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새로운 경제체제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규제개혁의 흐름과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규제개혁의 연혁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강력한 정부주도의 산업정책이 지속되어 왔으며 이러한 경제기조는 박정희 정권이 계속된 1970년대 말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기조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산업이 팽창하고 세계경제가 첨단기술 및 지식기반산업으로 이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였고 강력한 정부주도형 경제기조는 경제발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5공 정권은 ‘경제발전 저해요인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총무처 주관하에 정부규제의 완화를 추진하였다. 당시 정부규제의 개선대상과제를 선정하는 기준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7


1) 대다수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법령 및 제도 (국민 편의성)

2) 국민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지원규제제도 (자율성??생산성)

3) 행정환경변화에 부적합한 법령 및 제도 (현실적합성)

4) 건전한 가치관과 정신문화를 헤치는 제도나 관습 (국민정신의 건전성)

5) 사회정의의 실현을 저해하는 법령 및 제도 (국민신뢰와 화합)

6) 하향적????일방적인 정책결정방식 (행정의 민주성)

7) 정부조직내부의 비늉률적?비민주적 법령 및 제도 (행정의 능률성)


이러한 선정기준은 매우 추상적이며 단지 선언적인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질적인 내용보다 수사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은 정통성이 없는 5공 정권이 모양새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로 보인다. 5공의 규제개혁은 무엇보다도 위원회의 명칭에서 보듯이 규제를 경제개발의 저해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명분하에 규제개혁이 졸속으로 이루어졌으며 다른 사회적 가치는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소홀히 다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하다. 그러나 5공의 규제개혁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의 제정과 같은 조치는 우리 사회가 앉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한 고민의 결과라기보다는 생색내기나 구색 맞추기식의 정책결정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5공 정권 내내 민주화세력과 노동자들의 철저히 탄압하는 정책으로 일관하였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사분쟁과 관련된 규제는 유신체제보다 더욱 강화되었고 노동자의 권익은 무참히 짓밟혔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5공 정권에서는 규제개혁을 통한 민주적 원리나 사회적 평등의 가치와는 반대로 철저한 권위주의와 사회적 불평등만 심화되었다. 5공 정권이 추진해온 경제안정과 경제자유화(규제완화조치)는 빈익빈 부익부라는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켰고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 노동자 농민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8


5공 정권 말기부터 불어닥친 민주화 투쟁의 열기는 기존의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폭발한 것으로 정치민주화와 더불어 국민의 기본권 경제력 집중의 해소, 공평한 소득분배, 토지공개념, 환경규제강화, 최저임금제의 실시와 같은 요구가 분출하였고 향후 각종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의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출범한 6공 정권은 ‘민간 행정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5공과 마찬가지로 규제개혁을 시도하였으나 그 방향이나 내용은 5공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9


한편 민주화 투쟁의 과정을 거친 국민들은 사회적 규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으며, 삶의 질 향상, 기본권의 보장, 경제적 약자의 보호와 같은 요구도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사회적 규제의 측면에서 볼 때 6공 정권의 시기는 시민과 노동자의 투쟁의 산물로 조금씩이나마 사회적 규제의 영역을 넓혀 가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산업안전보건분야도 마찬가지였다. 형식상 존재하던 산업안전보건규제가 일부나마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개정되었고, 이러한 요구는 결국 1990년에 이르러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때까지만 하여도 사회적 규제의 강화는 민주세력의 전선에 공통된 과제였으며 정통성이 취약한 정부에서는 미약하나마 사회적 규제 강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규제개혁은 주로 경제적 규제와 행정규제 차원에서 논의가 되었다. 이것은 아마 완화를 추진할 만한 사회적 규제조치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였기 때문에 구태여 사회적 규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동기가 크지 않았던 것에도 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규제완화가 범정부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이며 각종 사회적 규제도 합리화란 명분으로 무력화되기 시작하였고,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규제가 규제개혁의 중점실천과제로 등장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김영삼 정부는 규제를 경제발전의 저해요인이라는 소극적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규제개혁과 의식개혁을 통하여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삼으려 했다는 점에서 규제개혁을 추진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규제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기업활동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이는 곧 경제활력으로 이어져 1997년이 되는 집권말기에는 선진국수준으로 행정규제가 완화되고 민간주도경제가 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개혁의 대상은 경제적 규제에 머무르지 않고, 아직 우리 사회에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한 사회적 규제까지 포함시켰다. 당시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나타난 7대 중점과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10    


1) 진입규제개혁

2) 창업??공장설립절차?입지관련규제개혁

3) 생산?유통?수출입관련 규제개혁

4) 가격규제개혁

5) 환경?산업안전?보건의료 관련 규제합리화

6) 준조세 부담 완화

7) 대민 봉사행정 구현


김영삼 정부에서는 이를 단지 정부의 정책기조로 삼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법적 체제를 갖추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규제계획을 단행하고자 하였다. 이미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수립할 당시 1994-5년에 규제완화기본법」을 제정하고자 계획하였으나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규제완화를 경기부양책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1993년 6월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특조법’이라 함)을 서둘러 제정하였다. 이 법의 제정취지는 “기업의 창업, 공장건축, 생산제조 및 영업 등에 걸쳐 기업활동 단계별로 시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행정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함으로써 원활한 기업활동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하여 규제가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있다. 규제완화의 대상도 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애당초 합리적 규제개혁과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규제개혁의 대상을 사회적 규제까지 무차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80년대 말부터 노동자와 시민의 피땀어린 투쟁으로 쟁취한 최소한의 사회적 규제의 기반을 흔들어 놓았다. 특조법에 의하여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의 법정의무 고용완화와 각종 검사 및 중복검사축소 등이 크게 축소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산업안전보건 규제가 마치 경제발전이 저해된 원인인 것처럼 여론이 오도되는 부작용이 나타난 점도 무시할 수 없다.11 결국 이러한 정책기조는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이 경시되는 풍조가 만연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의 말기인 1997년 행정규제기본법」」이 제정되어 규제개혁의 법적 체제를 마련하였고, 현재 김대중 정부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는 규제개혁은 이 법에 근거하여 시행되고 있다. 규제개혁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입장은 기존의 김영삼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경쟁력의 제고를 위해 규제개혁은 필수적이며 규제개혁은 방향은 “기업의 자유롭고 창의로운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김영삼 정부에서는 규제는 철폐 및 완화의 대상으로 취급하였다면 김대중 정부에서는 보건??위생?환경?안전 등 공익적 규제의 수단과 기준의 합리화를 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민생활과 관련된 각종 사회적 규제의 품질을 제고시키는 것을 포함한 규제개혁을 단행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12 실제 안전과 관련 일부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되기도 하였다.1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위윈회의 활동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를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rrc.go.kr)에는 부처별, 유형별, 부문별, 법령별로 구분하여 규제개혁에 대한 기초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나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에 대한 구분이나 규제강화나 완화 또는 대체에 대한 요건 등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전반적으로 완화나 폐지된 규제 건수를 중심으로 규제개혁의 성과를 내세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규제에 대하여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1999년 8월 17일 규제개혁위원회의 제36회 회의안건이었던 노동부 관련 회의결과 보고서의 제목이 『‘99년 노동부 잔존규제 정비계획』인 것에서도 드러난다. 노동부관련 규제를 아직도 남아있는 잔존규제로 규정한 것은 잠재적으로 모든 규제를 철폐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 규제의 개념


모든 경제주체간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일정한 예측가능성은 원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위한 필수전제조건이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나 개인과 기업들 사이에 또는 기업과 기업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행위(계약, 거래, 위임 등등)에 어떠한 규칙이 없거나 질서가 없다면 그러한 경제행위를 할 수가 없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계약이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경제행위가 이루어지는 사회에는 일정한 규율이 있게 마련이며 이러한 규율을 기반으로 하여 일정한 신뢰와 질서가 존재한다. 따라서 거래나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상대방이 일정한 규칙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만약 상대방이 계약을 어겼을 경우 이에 대한 제약과 벌칙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러한 제약과 벌칙이 있음으로 해서 사회의 질서가 유지된다. 이러한 질서를 우리는 보통 제도라고 부른다. 제도는 법이나 규칙 같은 공식적인 제도와 관습이나 문화와 같은 비공식 제도가 있다.


사회에는 이러한 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며, 명확할수록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사회구성원의 행위가 용이해지고 불평등이 최소화되어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한다. 많은 제도는 민간의 거래에서, 즉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또는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발생되는 제도가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제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불균형(또는 비대칭성 Imperfect Information), 사회적 비용과 사적비용의 괴리(외부경제, Externality), 불완전한 경쟁(전업의 장벽, Imperfect Competition), 시장의 불평등성(Market-transmitted Injustice or Inequities) 등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불평등한 상황이 초래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곧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되므로 바람직한 경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이며, 이와 같이 정부가 바람직한 경제사회의 질서를 구현하기 위하여 개인이나 기업의 행위를 제약하거나 강제하는 것을 정부규제라 한다.14

 

현재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 중인 규제개혁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하여 진행되고 있으며 법적 근거는 「행정규제기본법」이다. 「행정규제기본법」제2조 제1항 제1호에 행정규제라 함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령 등 또는 조례?규칙에 규정하는 사항”으로 정의 해놓고 있다. 또한 동법 제3조 제2항에는 행정규제기본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사항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및 감사원이 행하는 사무

2.형사, 행형 및 보안처분에 관한 사무

3.국가안전보장, 국방, 외교, 통일, 조세 등에 관한 사무중 이 법을 적용하기 곤란한 사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동법 시행령 제3조(적용하기 곤란한 사무)

1)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의한 징집?소집?동원? 훈련에 관한 사항

2)군사시설, 군사기밀보호 및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에 관한 사항

3)조세의 종목, 세율, 부과 및 징수에 관한 사항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공권력의 작용을 ‘규제’라고 한다면 규제 아닌 법률관계는 거의 없다. 법률관계 중 ‘권리의 발생을 제외한 모든 부문 즉 의무의 발생, 권리와 의무의 변경 및 소멸은 대부분 규제에 속한다. 즉, 행정규제기본법이나 규제개혁위원회의 관점에서 모든 규제는 행정규제이며 규제개혁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규제개혁의 절차와 방법은 규제의 특성에 맞게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에 대한 적용기준, 개혁의 절차는 별도의 기준과 방법을 적용하여야 규제의 근본 취지와 합목적적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규제개혁틀은 획일적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모든 규제는 획일적인 규제개혁의 절차와 방법이 기계적으로 적용된다.


3. 규제개혁 추진체계


3.1 법적 체계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규제개혁의 법적 근거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행정규제기본법」이다.


3.2 규제개혁추진 조직체계

현재 규제개혁추진 조직체제는 규제개혁위원회, 중앙부처 규제개혁추진단과 규제심사위원회,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규제심사위원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규제개혁을 총괄하는 조직체계는 규제개혁위원회이며, 1998년 4월 18일 「행정규제기본법」제23조에 의하여 정부의 규제정책을 심의?조정하고 규제의 심사?정비 등에 관한 사항의 종합적 추진을 위하여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되었다. 국무총리(당연직 위원장), 민간공동위원장, 민간위원 12인 및 정부위원 6인 등 총 20인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위원회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규제정책의 기본방향과 규제제도의 연구?발전

2) 규제의 신설?강화 등에 대한 심사

3) 기존 규제의 심사, 규제정비 종합계획의 수립?시행

4) 규제의 등록?공표

5) 규제개선에 관한 의견수렴 및 처리

6) 각급 행정기관의 규제개선실태에 대한 점검?평가 등


3.3 규제등록제

규제등록제도는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하여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효율적인 규제개혁을 통제하고 강력히 추진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 중앙행정기관의 모든 소관 행정규제를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는 제도로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규제등록 

등록처 : 규제개혁위원회

등록의무자 :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록대상 : 각 중앙행정기관의 모든 소관 행정규제

          (법 제3조 ②항에 의한 법적용 제외 사무는 등록제외)

등록시기 

    – 신설 또는 강화 규제 : 당해규제에 대한 법령 등이 공포 또는 발령된 날로 부터 30일 이내(시행령 제4조)

    – 기존규제 : 위원회의 요청이 있는 날로 부터 90일 이내 (시행령 부칙 제5조)

등록내용 

    – 규제의 명칭

    – 규제의 법적 근거 및 내용

    – 규제의 처리기관

    – 규제의 시행과 관련된 하위 법령등의 내용

    – 규제를 규정한 법령등의 공포일 또는 발령일과 규제의 시행일

    – 규제의 존속기한  

    -기타 위원회가 규제등록에 필요하다고 정하는 사항

 

2) 미등록규제의 조사?처리(법제6조③항) 위원회에서 미등록규제 여부의 직권조사  미등록규제 발견시 위원회가 즉시 등록하게 하거나, 당해 규제의 폐지 등 정비계획을 제출토록 요구함.



4. 규제개혁 현황


4.1 양적 현황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집계한 1998년 8월 31일 최초 등록규제수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총 10,717건이었다. 이 중에서 2001년 7월 15일까지 4,595건이 폐지되어 폐지율이 43%로 최초등록 규제의 약 절반 정도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규제가 폐지되었다. 한편 동기간 중 930건이 신설되었으며, 현재 등록된 규제수는 7,119건으로 실질적으로는 약 3,598건이 감소하였다.


노동과 관련된 행정규제는 최초 359건이 등록되었으며 현재는 267건이 등록되어 있어 실질적인 감소건수는 92건이다. 동기간동안 폐지된 것은 153건, 신설된 규제는 24건으로 규제개혁이 주로 폐지와 같이 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부서별 행정규제의 변경사항에 대한 통계를 보면 노동부의 경우 규제가 완화된 건수는 96건이었으며 규제가 강화된 것은 고작 3건에 불과하였다(표 2참조). 일단 양적인 측면에서 규제개혁은 거의 절대적으로 규제완화라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산재보상보험관련은 제외) 규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