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렬의 장벽은 무너지리
허물자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오가지도 못하게 가로막은 분계선 장벽
만나자 얼싸안자
장벽너머 여기 북녘엔
다도해 어부의 어머니가 있고
장벽너머 저 남녘엔
나의 어머니의 형제들이 있다
중세기도 아닌 바로 오늘의 세기
자주와 리성의 세기에
40여년 생리별이 이 나라에 있음을 세상은 아느냐
헤여진 나의 어머니 이제는 여든이 되었다
탱자나무 울타리 곁에서 우리 헤여질 땐
마흔도 못되여 젊디 젊더니…
아, 믿기조차 어렵다만 지금도 그대로 계신다면
몇해만라도 더 앉아 계셔달라
그러면 내 무덤을 치며 통곡하지 않을 수도 있으리
밤 깊도록 뒤척이다 풋잠이 들면
꿈에 어린다
어린 시절 호남선 렬차의 차창에서 보았던
고향의 강 영산강에 뜬 돛배들
마당가에 서있는 두그루의 감나무
애들아 앞서 걸으라 저기에 너희 할머니 계신다
그러면 메밀꽃 하얗게 핀 밭머리에
서있는 나의 어머니
그날의 쪽물들인 치마에 곱게 빗어올린 검은 머리…
내 스스로 나를 두고 놀라거니
십년 이십년도 아닌 기나긴 날 이 고통을
무쇠심장이라도 그 어찌 감당하며
숨쉬고 말하고 잠자며 지금껏 살아있는 것인가
만나자, 형제들이여
의 포신으로 버티는
의 계교로 굳히려는 분계선 장벽
민족의 피타는 목소리 세월을 두고 부딛쳐
이제는 드디여 무너져내리고 있다
통일의 의로운 항쟁의 불길에
이제는 드디어 녹아내리기 시작하였다
누르면 눌리우고
짓밟으면 짓밟히는 조선민족이 아니다
말해보자, 형제들아
이날까지 그 누구를 알고 누구를 몰랐던가
우리 마주앉아 가슴을 헤쳐보면
그속엔 혈육의 피 조선의 넋이 있으리
동족끼리 원쑤로 싸우게 하고 적대시하게 한
그놈은 어느놈이였던가
바다건너 먼 나라에서
혈육끼리 적수가 되어 싸울 때
그것을 쾌락으로 즐기며 손벽을 치는놈 누구였고
가슴치며 피눈물 삼키는 사람 누구였던가
달려오라 남녘형제들아
이화병을 들고 육박해가던 그 손을 잡아보자
쓰러진 학우를 붙안고
피의 맹세를 다지던 그 가슴을 안아보자
고려의 이름을 달고 아리랑을 부르며
서로 어깨겯고 세계 앞에 우리 나설 때
우리민족 그 누가 기뻐서 울지않을 사람있으랴
대하를 이루어 굽이쳐가자
통일의 대행진이여
이 힘을 누가 막으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아침이 드디여 밝아오는가
숙망의 아침, 통일의 새 아침이
밝아서 이 강산에, 이 민족에, 나의 집에 오는가
눈감는 그 순간까지 통일을 외우던
그 목소리들이 내 귀에 울리고 있다
싸우며 피흘리며 부르짖던
아 통일로 민족아
고통을 씻자 불행을 씻자
치욕을 씻고 그리움을 가셔보자
아 통일로 형제여 붙안고
40여년 쌓였던 무거운 마음
기쁨의 눈물로 씻자
아 통일로 영원히 하나인 조선
대대손손 번영할 조선을 찾자!
–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