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고향가는 길은 철도가 최고다. 비행기 요금처럼 비싸지 않으면서 도로에서 짜증나는 귀성전쟁을 치루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개통된지 30년, 철도는 대도시에서도 전통적인 통근, 통학열차만이 아닌 시민의 이동과 만남을 매개하는 일상생활의 공간이 되었다.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주고 안전한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점이 철도의 매력이다. 올해는 고속철도가 개통되어 시속 300km의 속도까지 겸비하게 되었다. 이처럼 철도가 전철화, 고속화되면서 도로교통의 혼잡비용, 환경오염, 에너지 낭비를 해결할 수 있는 21세기 대안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한국철도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활발해진 여행문화가 하나의 기회가 되고 있다.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달려가는 철의 실크로드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일제침략의 수단으로 이 땅에 부설되었고 분단으로 두 동강 났던 철도가 이 땅의 국민과 애환을 함께해온 백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철도가 희망의 싹을 틔워보기도 전 철도를 국민으로부터 빼앗아가려는 ‘상업화’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내년 1월 1일이면 정부의 철도구조개혁에 의해 철도청이 없어지고 한국철도공사가 출범한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철도민영화 정책을 막아 일단 ‘공사화’가 되지만, 정부는 공공성 확보보다 돈벌이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 4월 고속철도 개통시 높은 고속열차 요금 책정과 일반열차 운행의 대폭 감축이 신호탄이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좌석 공급력은 2~3배가 증가하였는데도 서민들은 열차이용이 전보다 불편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고속철도 도입 과정에서 차량도입 리베이트라는 권력형비리가 발생하면서 ‘수요를 과장해 차량을 조기에 과도하게 구입하거나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고속철도 차량 및 건설부채’의 책임을 정부 당국에서 지지 않고 철도이용객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철도공사는 요금 인상, 할인축소, 적자노선 및 적자역의 폐지 등을 통해 국민의 철도이용권을 희생시키면서 돈벌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철도공사의 상업적 경영계획은 철도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시설유지보수, 차량정비 분야 등에 대한 대규모 외주화 추진으로 운영부문 상호간의 인터페이스, 신속한 장애보수, 책임 있는 차량검수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철도공사의 돈벌이 경영을 뒷받침하고 철도민영화를 재추진하기 위해 철도사업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 법은 철도요금을 사실상 자율화하고 철도사업을 10여개로 나누어 각기 사업자면허와 등록을 내줌으로 철도산업의 민간위탁과 분할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기간산업인 철도가 재벌의 손에 넘어가거나 해외자본에 매각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맞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분할민영화 철도사업법 입법 저지를 통해 ‘한국철도를 해외자본으로부터 지키고’,한국철도공사 출범과 관련된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고속열차 요금인하, 일반열차 적정운행, 할인제도 확대 등 철도를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철도의 운영주체가 정부기관인 철도청에서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문제나 교육문제처럼 철도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