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올려줄테니 인력 충원하지 마라?
차가운 겨울 바람이 뱃속까지 시리게 하는 오늘 나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파업을 준비하며 배낭을 꾸리고 있습니다.
휴일도 명절도 없이 한 달에 270시간을 철길에서 보냅니다. 며칠 전에도 1주일을 혼자 철야작업을 하던 동료가 열차에 치어 죽었습니다. 인원충원 합의도 했습니다. 2년 동안 한국생산성본부와 서울대경제연구소가 ‘노사공동경영진단’으로 필요인력까지 나왔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늘여서야 되겠습니까. 안전 정비마저 줄이고, 지선과 간이역을 폐쇄하고, 열차 요금을 올리는 것은 서민을 울리고 무시하는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틈만 나면 이야기하는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보려고 발바닥에 땀에게 뛰어다녔습니다. 국회, 노동부, 건교부, 중앙노동위원회, 노사정위원회의 높으신 분들도 만났습니다. 모두가 철도노동자의 요구가 합리적이긴 하다고 말합니다. 교섭에 나온 철도청장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희망을 가져 봅니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뒷말을 흐립니다. “개혁을 한다면서 어떻게 인원을 늘릴 수 있나?”, “여론이 좋지 않아”, “원인이야 어찌됐건 적잔데…”
벽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개혁이고 여론이며 진실입니까?
1년에 수십 명의 동료를 철길에 묻어야 하는, 사람이 없어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 앞에서 “철도를 개혁한다고 공사로 바꾸는데 월급은 올려 줄테니 비정규직이나 용역으로 부족한 인력은 채우자. 여론도 생각해야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높은신 분들의 굳건한 철학 앞에 난 절망하고, 또 절망합니다. 우리가 언제 월급 올려 달라고 했습니까?
그리고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 구속되고, ‘철밥통 지키려고 나라 경제를 망친다’는 마녀 사냥의 희생양이 될 줄 알면서도 언제나 불법인,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단체행동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