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업무로 싸우다 다쳐도 ‘산재’
부산지법 “업무에 수반된 위험이 현실화된 것”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4-23
퇴근 후 직장동료와 싸우다 다쳤더라도 다툼의 원인이 업무와 관련한 것이라면 산업재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행정단독 채동수 판사)은 22일 직장동료인 ㄱ(47)씨와 다투다 쓰러져 뇌출혈 수술을 받은 ㄴ(37)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동자가 폭력에 의해 재해를 입은 경우 직장 내 인간관계나 업무와 관련한 것이라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며 “ㄴ씨의 부상은 업무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작업방식을 둘러싼 대립에서 싸움이 발생했으며, 싸운 시간이 업무 종료 직후이고 장소도 사업장을 벗어나지 않은 점 등에서 ㄴ씨의 부상은 업무상재해가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ㄴ씨는 2005년 3월16일 오후 5시께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장에서 작업팀장으로 일하던 중 팀원인 ㄱ씨와 시멘트 포대를 옮기는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두 사람의 언쟁은 퇴근 후 건설현장 지하주차장에서 주먹다짐으로 이어졌으며 ㄴ씨는 싸움이 끝나고 10분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ㄴ씨는 공단에 산재요양 신청을 했지만 공단측에서 “작업시간 종료 후 발생한 사고로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