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환자 동의없이 회사에 정보제공, 법원서 ‘면죄부’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의 병력을 회사에 알려준 의사가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2개월 간 면허정지 처분을 당했으나, 법원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행정6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은 24일 외과의사 송아무개(48)씨가 “의사면허자격을 2개월 동안 정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행정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송씨는 2006년 1월 회사에서 작업 중 떨어진 쇠뭉치에 발등을 다친 서아무개씨를 진료했다. 송씨는 엑스레이 사진 촬영 후 수술이 필요없다는 소견을 냈으나 이후 서씨의 골절상이 악화되자 다시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고 산재처리를 권유했다. 이에 회사측에서 오진 가능성을 제기하자 송씨는 해명 과정에서 촬영한 서씨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줬다. 서씨는 자신의 동의없이 송씨가 진료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다며 관계기관 진정했고, 송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2개월 간 면허정지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송씨가 다친 서씨의 엑스레이 촬영사진을 동의없이 제3자에게 보여줘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서씨의 부상과 그 수술에 대한 책임의 존부와 범위에 관해 이해관계를 갖는 자로부터 진료의 적정성에 대한 항의를 받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방사선 사진을 보여줬던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방사선 사진이 발가락 골절부위에 관한 것이었고, 그 상처는 회사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이라며 “회사 관계자에게 이를 보여줬다고 해 인격권을 크게 훼손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보면 면허정지처분은 공익상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중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