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화 시대 흐름에 따른 다방면의 시장개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의료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인천 경제특구에 외국인 병원이 들어서고 이 병원에서도 내국인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일부는 인천경제 특구에 외국인 병원이 들어오면 선진의료기술이 도입되는 계기가 되고, 자기 능력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며, 국내 병원들도 경쟁체계를 도입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의료시장 개방은 이런 긍정적인 측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의료시장개방이 본격화되면, 공적 의료보장체계는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체계의 상업성, 영리추구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계층간의 의료이용 행태와 건강수준의 불평등이 커질 것이며,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 역시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집어보고자 한다
첫째,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할 시 내국인은 5∼7배 비싼 의료비를 지불하며 국내의 외화가 외국으로 유출되고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병원은 경영악화를 가져와 도산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특구내 외국진료기관의 경우 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고급의료 증가와 불필요한 사치성 의료서비스 창출로 인해 국민의료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며, 고급의료에 대한 왜곡된 수요가 조장되어 이를 상품화 하려는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난립 될 수 있다.
셋째, 의료기관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우리 의료체계에 의료시장 개방시 영리성이 최우선인 외국병원으로 인해 국내병원도 상업성에 빠져 의료비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고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또한 천정부지로 상승할 것이다. 이에 대다수 일반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증가하고, 저소득계층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혀 의료체계에 대한 불만이 고조 될 것이다.
의료시장개방이 국제적 추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갑작스런 환경변화로 기존의 국내 의료제도와의 충돌 등 여러 가지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이다. 의료시장개방을 반대하는 의료계에서는 외국계 병원들이 국내에 진출함으로써 일부 국민들은 고급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국내 의료서비스를 저급 이라고 생각하며, 계층간의 위화감까지 조성돼 사회적으로도 큰 혼란이 예상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시장개방은 일부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를 개방하는 것에 국한되는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불만족스럽지만 그나마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던 건강보험제도의 기반 붕괴와 이를 대처할 민간보험등 도입으로 우리의 의료시장은 완전히 상품시장으로 변질 될 것이다.
이제 국내 의료계도 의료시장 개방이라는 장기적 흐름에 보다 적극적인 대비가 불가피한 시점으로 보인다. 보다 더 특성화된 의료행위 제공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다양화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며, 국내 의료기관간의 연계를 통한 비용절감 공동관리체계 구축 등 의료체계의 인프라 강화 등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의료시장 개방문제는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보다 더 많은 연구와 환경이 조성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보건전문가와 국민들이 참여한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에 개방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