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藝高’ 성추행 은폐 파문

경기 분당의 ㄱ예술고등학교에서 일부 여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으나 학교측이 외부로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사건을 은폐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교측은 “이미 사직 처리를 했다”며 조속히 사건을 수습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휴직 처리’를 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더욱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교육계 원로이자 국무총리를 지낸 ㅈ이사장과 교육부 고위관리를 지낸 ㅁ교장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사건 은폐에 급급=17일 ㄱ예고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음악과 2학년의 한 여학생이 “선생님이 어깨를 주무르다가 손으로 가슴을 만져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음악부장 김모 교사(47)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2~3명의 여학생들이 “안마 도중 선생님 손이 가슴에 닿는 등 신체접촉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추가로 진술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진상확인과 적절한 처벌을 위한 징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는 등 사건은폐에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ㅁ교장은 “해당 교사는 ‘우연히 스쳤을 뿐 전혀 고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또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선생님이 그만두면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따님을) 원망할 테고 왕따를 시킬지도 모른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더욱이 학교측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김교사가 사직했다”고 밝혔지만 경향신문이 확인한 결과 ‘간병을 위한 1년 휴직’으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재단 법인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김교사에 대한 ‘사직 보고’가 올라왔지만 한달 가까이 결재가 되지 않다가 5월 중순 ‘간병 휴직 보고’가 올라오자 그달 말 휴직 처리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간병 휴직’의 경우 1년이 지나면 해당 교사가 원할 경우 자동으로 교단에 복귀할 수 있다. ‘휴직’과 ‘사직’의 경우 이사회 협의를 거쳐 이사장이 최종결정을 내린다.

◇뒤늦은 해명=학교측은 관련 사실들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성추행 사건과 휴직 처리 지시’를 시인했다. 당초 “김교사를 사직처리했다”고 밝혔던 ㅈ교감은 이날 “휴직 처리를 했으며 선생님의 능력이 뛰어나 한 3년 공부하고 돌아오면 학교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ㅁ교장은 “외부로 알려지면 학교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며 “김교사에 대해서는 지난달 말 다시 사직키로 내부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보고만 했지 (사직과 휴직에 관한) 최종 결정권한은 이사장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ㅈ이사장·김교사와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황인찬기자〉

[출처] [경향신문 2005-07-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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